세운나 다방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4층
1 43mm 렌즈를 장착해 사람의 시각과 유사한 화각을 구현하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이카 Q3 43 1천1백14만원. 2 세계문학의 거장이자 20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1만2천5백원. 3 부모의 윤리, 입양, 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우아하면서도 신랄하게 포착한 헤르만 코흐의 신작 소설 〈더 디너〉 1만7천원.
‘과연 이곳에 사람이 오고 가긴 하는 걸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아담한 세운나다방의 문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운다. “1984년, 그러니까 세운상가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있었던 다방이에요. 저희 고모님이 34년 동안 운영해온 곳인데, 3년 전에 리뉴얼을 하면서 제가 맡게 됐어요. 이어받았다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고모님 연세가 86세셨거든요. 고모님이 운영하기 힘들어졌다고 이대로 없애기엔 아쉽잖아요.” 그렇게 세운나다방은 재정비를 거쳐 ‘세운나다방’이라는 이름과 역사를 지키게 됐다. 말이 재정비지 처음부터 세운나다방을 이루던 테이블이며 의자며, 세운나를 영어로 새긴 나무조각 벽체, 심지어는 포스가 없던 시절 테이블별로 주문한 메뉴를 색색의 블록으로 구분했던 주문판까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 정도다. “다방이 세운상가 안에 있었으니 옛날엔 상가 상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주로 이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20~30대 손님이 90%예요. 그 친구들이 이런 분위기를 어디서 경험해볼 수 있겠어요. 여긴 인위적으로 만든 곳도 아니고 진짜 사용하던 것들로 가득하니까요. 과거의 것들을 궁금해하고 경외하는 마음 때문에 찾아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운나다방처럼 옛것을 간직한 곳들이 없어지지 않고 오래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외국 여행을 다녀보면 우리나라만큼 과거의 것을 부숴 없애고 개발하는 데가 없거든요. 그동안 너무 돈만 좇았다는 말 아니겠어요? 생각해보면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있을 텐데 말이에요. 난 그게 부디 오래 유지됐으면 해요.”
카페 코인
1호점 서울시 중구명동6길 10,
2호점 서울시 중구명동9길 29
1 베르가모트 베이스의 스리랑카 찻잎과 감초·라벤더·콘플라워 잎을 함께 블렌딩해 진한 풍미를 선사하는 포트넘 앤 메이슨 빅토리아 그레이 티 4만6천원. 2 에르메스 티컵 가격미정. 3 나뭇잎 모양의 포트넘 앤 메이슨 그레이 비스킷 3만원. 4 에르메스 티팟 가격미정.
5 프리미엄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해 숙성 기간만 5년을 거쳐 프리미엄 테킬라의 정수를 담은 클라세 아줄 울트라 550만원. 6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오리지널 스코어 34곡과 LP 독점 수록 말러 5번 교향곡 4악장까지, 총 35개의 트랙이 담긴 1천 장 한정 수량의 플레인아카이브 〈헤어질 결심〉 LP 7만4천3백원.
“한 30~40년 전쯤 됐을까요. 오래된 나무를 활용한 건물이나 공간이 일본에서 붐을 일으킨 때가 있어요. 이런 공간을 한국에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죠. 그때쯤 아는 후배가 유럽에서 수집한 앤티크 가구와 집기를 두 컨테이너로 들여왔는데, 과감히 한 컨테이너를 제가 샀어요. 그때 샀던 컵과 접시는 지금 저기 저 찬장에 그대로 있죠.” 일찍이 일본에서 호텔 관광을 전공했던 김석수 대표가 카페 코인의 시작을 회상하며 말했다. 젊은 사업가의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문을 연 카페 코인은 32년이 지난 지금, 명동 한복판을 우직하게 지키는 터줏대감이 됐다.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온종일 3층짜리 매장이 만석일 정도로 흥한 시절도 보냈고,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왔을 즈음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고. “스타벅스엔 없는 걸 지켜나가는 데 집중했어요. 이를테면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4~5년만 지나도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잖아요. 끊임없이 새것처럼 보이게 말이죠. 그게 세련돼 보일 순 있어도 카페 코인이 가진 안온하고 포근한 느낌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처음에 인테리어 콘셉트와 주소재를 나무로 삼았던 것도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는 소재기 때문이었죠. 오히려 세월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멋이 있죠.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주문부터 음료를 받는 것까지 모두 셀프잖아요. 반대로 카페 코인은 ‘풀 테이블 서비스’를 지향해요. 주문과 서빙은 물론 손님이 더 필요로 하는 건 없는지 체크하는 데다 손님이 계산하고 나가는 모든 순간에 저희의 터치가 스며들어 있어요. 그게 카페 코인을 지금껏 존재하게 해준 힘이 됐을 거라 생각해요. 전 그걸 카페 코인만의 ‘휴먼웨어’라 칭하고 싶어요.” 그 덕분일까? 디저트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 앳된 얼굴의 손님부터 “와, 여기 정말 오랜만에 오네!”라며 추억에 젖은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온 가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카페 안을 복작복작 채우는 광경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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