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유 예루살렘 내 성지 가려다 무장한 군 배치에 되돌아가
바로 장관 "용납할 수 없는 일"…외무부 "이스라엘 대사 초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 중 현지 경찰과 외교적 마찰이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가 더 경색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은 바로 장관은 예루살렘 내 프랑스 소유 성지인 엘레오나를 방문하려 했다.
그는 그러나 제복을 입은 이스라엘 군이 무장한 채 성지에 허가 없이 들어온 점을 문제 삼으며 엘레오나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바로 장관은 언론에 "무장한 이스라엘 보안군이 프랑스의 허가 없이 성지에 들어왔고 퇴거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가 책임지는 영지의 무결성을 훼손하는 이런 행위는 내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방문한 목적을 약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예루살렘 올리브 산에 있는 엘레오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동굴 위에 세워진 성지다.
1856년 프랑스의 한 공주가 이 땅을 매입해 프랑스에 헌납하면서 1868년부터 프랑스 소유가 됐다. 프랑스는 엘레오나 외에도 예루살렘과 그 인근에 있는 왕들의 무덤, 성 안나 대성당, 아부 고쉬의 옛 십자군 기지 등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장관이 떠난 직후 이스라엘 경찰들은 엘레오나에 있던 사복 차림의 프랑스 군경찰 두 명을 연행했다. 두 사람은 외무부의 개입으로 곧바로 풀려났다.
이스라엘 경찰은 성명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두 사람이 (프랑스) 장관의 경호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요원들의 현장 진입을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성명에서 "이스라엘 주재 프랑스 대사관과 사전 준비 회의에서 절차가 명확히 논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외교 소식통은 "장관의 방문 전 여러 차례 이스라엘 요원들의 현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었다"면서 체포된 두 군경찰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로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영사관 직원 두 명이 체포됐다 풀려났다"며 "프랑스가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 시기에 이런 행위를 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적었다.
외무부 역시 별도 성명에서 "프랑스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며칠 내로 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격해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한 이래로 이스라엘과 종종 각을 세워왔다.
국제 방산 전시회 등에 이스라엘 기업의 참가를 금지하거나 동맹국들에 이스라엘 무기 수출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공격한 뒤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이스라엘이 유엔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해 이스라엘 측이 크게 비판하기도 했다.
sa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