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 당선 시절 최대 논란이었던 '대통령실 이전(청와대 이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날은 명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당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선 후 "광화문 이전은 재앙 수준"이라며 국방부 청사가 있던 지금의 용산으로 위치를 변경한 바 있다.
당시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급하게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배경에 무속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명씨가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즉,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대통령실 이전을 결정한 것은 '명씨의 무속적 조언'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대선 당시 대통령실 이전 공약을 발표한 것은 2022년 1월이고, 대통령 당선 후 당선인으로서 2022년 3월에 대통령실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녹취는 2022년 4월 명씨가 당시 상황을 지인에게 말한 통화내용이다.
녹취를 공개한 민주당은 지난달 발족한 '김건희 심판본부'를 통해 앞으로 한달간 주술, 권력농단, 이권개입 3개 이슈를 집중적으로 규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尹, 당선인 시절 갑작스레 용산 이전.. 무속 관여 의혹 불거져
서울의소리 기자 "내가 아는 도사가 영빈관 옮겨야 된다고" 김건희 "옮길거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2년 1월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고 집무실 이전 공약을 밝혔다. 하지만 당선 후 광화문 정부청사가 아닌 용산으로 결정됐다.
그해 3월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 방침을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청와대를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간이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며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청와대를 벗어나 용산을 택한 것이 풍수 등 무속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풍수 등 무속 때문이 아니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용산은 처음부터 배제한 것은 아니고 검토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9월 공개된 김건희 여사와 서울의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에서 무속이 관여된 정황은 다시 한번 확인된다. 2021년 12월 통화에서 서울의소리 기자가 "내가 아는 도사 중에,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라고 하자 김 여사는 "(영빈관) 옮길 거야"라고 답한다. 기자가 "옮길 거예요?"라고 재차 묻자 김 여사는 "응"이라고 답했다.
당시 이 발언을 두고 무속적인 이유로 영빈관을 옮기려 한다며 민주당에서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으나 윤 대통령은 "사적인 대화 내용일 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명태균 '무속적 조언', 김건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꽃 피기 전엔 윤석열 당선"
이런 가운데 명태균씨가 검찰에 출석한 8일 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배경에 무속적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명태균씨의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선 직후 명 씨는 지인과 청와대 이전 관련한 통화에서 '지금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광화문 쪽으로 할 모양인가'라는 지인의 질문에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한다.
명 씨의 녹취 발언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에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이전하고, 대통령실을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명씨 자신의 '무속적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이 추정된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 안 되는 이유를 풍수로 주장했다. 청와대 뒷산의 풍수지리가 불길하다는 말이다.
그는 "내가 (김 여사에게) 이랬다.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며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 딱 잘 보였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사주로 설명하는 대목도 나온다.
녹음파일에서 명 씨는 "내가 김건희 사모는 '앉은뱅이'라고, 눈좋은, 끌어올릴 사주라고 했다"며 "내가 뭐라 했는지 아느냐. (김 여사)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 왔는데라고 했다"고 무속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건 대선일이 3월 9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는 3월 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했다"며 "왜냐면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 (되고), (꽃이)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고 김 여사 등에게 말해줬다)"고 했다.
이어 "그래 가지고 함(성득) 교수가 전화 왔다"며 "(함 교수는) '진짜 하루이틀 지났으면 (대선에서) 졌겠다 야' 그랬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둘렀던 청와대 이전, 명씨 무속적 조언으로 이전"
민주당 측은 녹음 파일과 관련해 "김 여사 등 핵심 인사들과 내밀한 관계였던 명 씨의 대선 직후 발언이라 더욱 주목된다"며 "김 여사를 통해 무속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가면 죽는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도 무속 조언한 명태균 씨,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명태균 씨는 어떤 존재였던 겁니까?"라고 직격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명태균 씨는 청와대 이전을 물어보는 질문에 청와대 뒤의 북악산이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다”며,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죽는다고 했는데, 본인 같으면 가겠냐’고 되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마치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국민들이 ‘왜 이렇게 대통령실 이전을 서두를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면서 "그런데 녹취에 나온 발언대로면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명태균 씨의 조언을 김건희 여사가 완벽하게 신뢰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을 서둘렀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명태균 씨는 이번에 공개된 녹취에서도 김건희 여사를 눈 좋은 앉은뱅이에 비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무속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꽃이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 당선되고, 꽃이 피면 이재명을 이길 수 없는데, 선거일이 3월 9일이라 윤석열이 당선됐다’는 설명한다"며 "명태균 씨가 반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눈먼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로 비유하고 강조했다는 증거"라며 "명태균 씨의 무속적인 시각과 발언이 김건희 여사의 관심을 끌었고, 김건희 여사의 신뢰를 통해 국정 운영에 무속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도 무속 조언한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이냐"며 "많은 국민들이 '왜 이렇게 서두를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명씨 녹취 발언대로면 명씨 조언을 김 여사가 완벽하게 신뢰했고 이 때문에 이전을 서둘렀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명태균 주장 시점 이전에 이미 공약으로 발표"
이에 대해 20대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본부장이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가짜뉴스"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명씨가 대선 이후인 2022년 4월께 김 여사에게 청와대로 들어가면 죽는다고 해서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다는 것"이라며 "명씨와 민주당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가짜뉴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2022년 1월 초에 대선공약으로 최초 논의되었으며, 이후 제반 사항을 검토하여 (같은 해) 1월 27일, 공약으로 공식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대선 이후, 자신의 무속적 조언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결정되었다는 명태균씨의 주장은 '허언'에 불과한 것으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라고 부연했다.
원 전 장관은 명씨가 김 여사에게 대선 이후인 2022년 4월에 해당 발언을 했다고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밝힌 시기는 명씨가 지인과 통화한 시기이고, 명씨가 실제로 김 여사에게 해당 발언을 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 '김건희 심판본부' "주술·권력농단·이슈개입 집중 규명"
녹취를 공개한 민주당은 지난달 발족한 '김건희 심판본부'를 통해 앞으로 한달간 주술, 권력농단, 이권개입 3개 이슈를 집중적으로 규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김건희 심판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2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끝난 후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관련 팩트를 빅3 이슈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며 "관련 이슈는 주술, 권력 농단, 이권 개입"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주술은 모두가 알다시피 천공 등으로 알려진 김건희 영적대화 그룹에 대한 조사와 최근 제기되는 마음건강 사업 등을 활용한 이권 사업까지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권력농단과 관련해서는 "명태균 씨 관련 이외에도 무수히 존재하는 인사, 당무, 공천 개입 등을 포함한다"며 "당연히 인사에는 대통령실 인사도 포함되고, 권력 농단이기 때문에 해병대원 수사, 마약 수사 관련 부분도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권 개입 주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지만, 국정감사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용산 관저 이전을 포함해 오랫동안 다뤄진 양평 고속도로, 주가조작, 삼부토건 의혹 등을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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