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해외서 박물관학 공부…"국립박물관 소장품 관리 체계 기틀 세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박물관 여성 1호' 기록을 잇달아 세우며 평생 박물관과 함께해 온 이난영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8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이 전 관장은 한국 박물관 역사의 산증인이자 '전설'로 불려왔다.
1934년생인 그는 진주여고와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국립박물관에 발을 들이며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67∼1969년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과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박물관학 과정을 이수했으며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박물관 계에서 '최초', '1호' 기록을 써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유적 조사와 발굴을 할 때는 우리나라 '여성 고고학자 1호'로 이름을 날렸고, 이후에는 '국내 첫 여성 학예사', '국내 첫 여성 학예연구관'이 됐다.
1979년에는 여성 최초로 고위직 국가공무원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이 됐으며 1986년 경주박물관장으로 임명돼 '최초의 여성 국립박물관장' 타이틀도 달았다.
고인은 금속공예 전문가로서 다양한 연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동경(銅鏡·구리로 만든 거울)을 비롯한 여러 금속 공예품을 연구했는데, 한국미술사학계의 금속공예 연구는 고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박물관에서 쓰는 소장품 관리 체계의 기틀을 세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고인은 재직 당시 유물 관리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유형·시대·출토 지역 등에 따라 분류하는 구조를 정립했다. 매니큐어를 발라 유물 번호가 지워지지 않도록 한 일화도 유명하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신라 토우를 재조명하고 연구하는 데도 앞장선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라의 토우', '한국 고대의 금속공예', '박물관학 입문', '박물관 창고지기' 등 여러 책을 펴냈으며 2009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우리나라 최초로 박물관학을 전공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국립박물관 소장품 관리 체계의 기틀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1993년 관장에서 물러난 그는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경주에 머물러온 그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 이야기를 묶은 책 '박물관에서 속닥속닥'(진인진)을 펴내기도 했다.
이 전 관장은 당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박물관' 세 글자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인다"며 "박물관은 살아 숨 쉬는 공간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빈소는 경북 경주시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7시 30분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가톨릭공원묘원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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