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환경과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는 ‘일품’(一品) 기업
- 좋은 디자인의 핵심은 소통과 비례감에서 시작
- 완벽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의도된 아름다움 구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공간’의 개념이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카페가 사무실이 되고, 호텔이 집이 되기도 하며, 길거리가 매장이 되기도 한다. 이는 주거 공간이 상업 공간으로, 사적 공간이 공적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공간의 해체와 이동, 그리고 분산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과 행동반경에 변화가 생기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시작한 공간의 흐름을 누군가 제대로 맥을 짚어야 할 때이다.
인테리어와 브랜딩을 함께 아우르는 진정한 전문가
실내 건축가는 공간을 매력적이고 기능적인 장소로 바꿈은 물론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야만 한다. 특히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는 트렌드에 민감함은 물론 해당 공간의 전반적인 이해도를 토대로 그 속에서 움직이게 될 모든 이들의 동선 레이아웃부터 공간 분리, 쾌적함, 차별성,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를 날카롭게 간파하고 부드럽게 녹여내야 한다. 때문에 단순히 기술력만을 토대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브랜딩을 정의 내릴 수 있는 넓은 시야와 특화된 영역에서의 차별화된 감각을 두루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과 요소를 철저하게 지키며 지난 25년여간 헤어숍 인테리어 영역에서 인지도를 쌓고, 누구보다 진솔한 디자인과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매우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는 이동헌 스투디오올라(Studio OLAA) 대표의 족적을 이슈메이커가 조명해 보았다.
25년 건축 외길 인생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건축가의 꿈을 안고 건축학도로 시작해 건축설계 전공을 거친 이후 현재까지 건축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학업과 실무를 병행하며 석사과정의 학창 시절을 보낸 뒤 1년간의 아틀리에 생활을 거쳐 창업을 하게 됐죠. 우연찮은 기회에 지인의 레스토랑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받아 시공까지 직접 완성하였는데, 운이 좋게도 이 공간이 흥하게 되며 여러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개인의 역량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의뢰가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이었죠. 당시 저는 ‘작가주의’에 심취해 건축 설계를 기반으로 인테리어 작업까지 병행했었는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인테리어 시공이 저의 적성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아티스트가 아닌 현실적인 성공 도우미로서의 역할이 더 보람됐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가령 작가주의적 건축이 ‘장편소설’과 같은 작업이었다면, 인테리어 작업은 성공 도우미로서 ‘패션 잡지’를 완성하는 작업과 같이 느껴졌죠. 텅 빈 공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후로 공간 디자인에 집중해 현재까지 한길을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창업으로 보입니다.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현재 저는 스투디오올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창업했던 기업은 스투디오올라가 아니었어요. 이 말은 즉 과거에 커다란 부침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넘치는 열정에 세상 물정도 모르던 20대 후반의 저는 아직 미완의 단계에 정글로 나온 격이었습니다. 동업자들과 마찰과 불화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폐업과 재창업의 수순을 밟았고, 10여 년이 흐른 뒤 더욱 완성도를 높이고 성숙한 모습으로 스투디오올라를 세상에 선보이게 됐습니다”
어떠한 부분들을 보강해 스투디오올라를 창업하게 되었나요?
“건축과 공간 디자인의 근본은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중요한 대상은 공간을 직접 운영하는 클라이언트뿐만이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고 소비하는 주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소통의 접점이 없는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력업체 분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팀을 만들었죠. 장기적인 호흡을 함께하는 팀워크를 완성할 수 있다면, 어떠한 역경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저의 예상은 적중했고, 13년 차에 접어든 스투디오올라는 어떠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그룹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만의 소통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보통 클라이언트에게 시공 의뢰를 받으면 2달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게 됩니다. 관건은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밀도 있게 사용하느냐는 부분이죠. 그래서 저는 팀원들과 소통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클라이언트의 상황과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상, 그리고 그들의 성업(盛業)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끊임없이 논의합니다. 팀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말의 의미는, 신뢰와 책임에서 얻어지는 놀라운 팀워크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확인과 검증, 조율과 재작업이라는 불필요한 소통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는 곧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저해하고, 나아가 클라이언트의 성업에 영향을 주게 되죠. 아울러 모든 프로젝트는 제가 직접 첫 미팅부터 실측, 설계까지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장시간의 인터뷰도 함께 진행하죠.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공간을 통해 어떠한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성공은 곧 해당 공간을 찾는 그들의 클라이언트인 손님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공간에 최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감 포인트를 적용하고자 합니다. 장시간의 인터뷰는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되기에 현재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진행할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저만의 소통 노하우이자 비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좋은 공간 디자인의 완성을 위한 디자이너의 필수 소양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예쁘고 고급스러운 자재로 공간을 완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권의 흥망성쇠를 예측하고 트렌드를 감지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 특화된 지식과 감각을 쌓아 이를 현장에 적용해 실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토탈인테리어’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 영역을 공고히하고, 이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최고의 반열에 이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죠. 이러한 관점에서 스투디오올라는 뷰티 공간과 헤어살롱, 안경점(optician’s) 영역, 그리고 건축 리모델링 작업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거의 성격을 상업 공간에 녹여내는 것에 화두를 두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고, 특화된 전문성으로 클라이언트의 성업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투디오올라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시공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파사드(facade)입니다. 파사드는 건축물의 가장 중요한 정면성을 의미하는 용어죠. 쉽게 말하면 ‘첫인상’이라고도 풀이됩니다. 저는 건축물 혹은 공간도 첫인상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첫인상은 사람이 가장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느끼는 요소이기 때문에 보행자를 소비자로, 나아가 소비자를 단숨에 팬으로 흡수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파사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내부 공간의 매력 또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죠.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성업을 위해 임팩트 있는 파사드와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내부 공간의 톤앤매너(Tone & Manner)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고 계시나요?
“저 또한 루키였다 할 수 있는 과거에는 하나의 디자인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고자 습작(習作)과 카피(copy)의 중간 어딘가에 매몰되어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5년 전 즈음부터는 레퍼런스를 리서치하는 과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젠 스스로를 믿고 현재까지 완성해 온 제 작업들만 참조하며 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적용하고 있어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새로운 시도를 연속해 왔기 때문에 그 속에서 저만의 색깔을 찾고, 경험을 통해 버려야 할 것과 가져가야 할 것을 구분해 디자인의 유효성이 지속되는 기간을 늘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팀원들, 그리고 미래의 팀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간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편견에 매몰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색깔이든, 재료든 말이죠. 결국 디자인의 핵심은 비례의 아름다움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공간에 담기게 될 여러 요소가 어떠한 비율로 융화될 수 있는지를 그 공간을 찾을 소비자의 마음부터 깊게 이해하고 지켜보며 존중했을 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을 명심해야만 지속 가능한 디자인, 그리고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인테리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스투디오올라를 어떠한 인테리어 디자인 기업으로 만들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공간은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기꺼이 소비하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하죠. 클라이언트가 만족하지 않거나 성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공간 디자인은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스투디오올라는 이 부분을 항상 명심하고 환경과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는 기업이자 ‘일품’(一品)을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습니다. 우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명확한 의도에 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스투디오올라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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