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5대(2017년 1월20일~2021년 1월20일)에 이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그의 두 번째 임기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10여 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
윤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또 글로벌 지역에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와 파트너십 갖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해도 한미일 삼각협력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성이 커지는 이때, 한미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퇴임 이후 트럼프 후보의 한국 관련 행보를 되짚어봄으로써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과의 관계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북한과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번이나 회담을 가졌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것.
2019년 6월에는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선을 잠시 넘어가며 북녘땅을 밟았다. 또 이후 김 위원장과 함께 판문점 남측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며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을 이뤄냈다.
싱가포르 회담 결과 도출된 공동합의문에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재확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발굴 및 송환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명시됐으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간 합의가 결렬되면서 한반도와 북미 관계는 서서히 경색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는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더 많은 걸 없애야 한다. 그들은 아마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 같다"고 말해 제재와 비핵화 수준을 두고 의견 차가 있었음을 알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생각이 있음을 계속 밝혀왔다.
트럼프는 2024 미국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나는 북한 미사일 발사도 막았다. 하지만 요즘은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쏜다"며 "(백악관에) 돌아가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다. 그도 나의 복귀를 원할 것이고, 사실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위비 협상
트럼프 당선인은 제45대 미 대통령 재임 당시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방위비 분담금이란 한국 정부가 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1991년부터 통상 2~5년 단위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체결해 분담금을 책정해왔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인 2019년 8월 자신의 트위터(현재 'X')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자신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9억9천만달러(당시 약 1조2200억원)를 냈다"고 적었다.
9억9000만달러는 전년 방위비 대비 약 6% 오른 금액이었다. 다만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듬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5배가 뛴 금액에 협상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를 13.9% 인상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타결시키면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 협상을 통해 오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00억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두고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 내 방위비가 모두 책정된 상태지만, 트럼프가 재협상 또는 조기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지금 백악관에 있었다면 한국은 미국에 연간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기꺼이 그럴 것.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인출기)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체결한 무역협정이다.
2016 미국 대선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힐러리는 2012년 국무장관 시절 한국과 일자리를 없애는 협정을 체결했다"라며 "5월 미국경제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해당 협정으로 인해 한국과의 무역 적자가 두 배 늘었고 미국 일자리 약 10만 개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오하이오주 유세에서도 "한국과의 무역협정은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였다"며 "내가 (한국으로부터) TV 수천 대를 사는데, 미국에서는 지금 누구도 TV를 만들지 않는다"라며 "아주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실베니아, 제너럴일렉트릭(GE) TV가 있었다. 그런데 더는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2018년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한 20년 언장,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미국 규정 고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 때도 "만약 내가 한국의 관세를 연장하지 않았더라면 한국과 중국산이 (소형 트럭 업계에서) 우리를 파괴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악의 무역 협정을 맺었다"며 "그들은 모든 것을 얻고, 우리는 일자리와 수입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4년 전 내가 (재협상으로) 이를 중단했는데 (당선되면) 다시 빠르게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에 비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지난해 기준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과의 별도 협상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졌다. 이번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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