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호시절은 없었다. 어느 때보다 한국과 일본의 음악 교류가 많은 요즘. 힙합 분야에서 눈에 띄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에이위치(Awich)다. 에이위치는 현시점 일본 힙합의 넘버원이다. 여성 래퍼 중에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일본 힙합은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활력을 찾아 흥하고 있는데, 에이위치는 그 선두에 있다. 지금 일본 힙합에는 왕 대신 여왕이 있다. 사실 에이위치는 이미 한국과 접점이 많다. 지난 4월에는 딩고 프리스타일에 출연해 한국어 버전의 라이브를 선보였고 카모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작년 새소년의 콘서트에 얼굴을 비춰 국내 팬들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여름 힙합 플레이야 페스티벌 출연도 앞두고 있었다. 기상악화로 페스티벌이 취소된 아쉬움은 세 달 후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무대에서 달랬다. 그 무대에서 역시 한국어로 랩을 선보였다. 오즈월드(OZworld)도 일본 힙합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997년생인 이 뮤지션이 재미있는 건 음악 활동을 통해 오키나와 태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작년 발매한 곡 ‘RASEN in OKINAWA’에서는 오키나와 민요를 샘플링한 랩을 선보였는데, 한국 힙합 콘텐츠 플랫폼 힙합엘이와의 촬영에서 이 노래의 벌스를 라이브로 불렀다. 한국에서 곡을 발표한 적도, 공연을 한 적도 없는 오즈월드의 히트곡 다수를 만든 프로듀서가 한국인 프로듀서 ‘하울링베어’라는 점도 흥미롭다. 얼마 전 오즈월드는 영화 〈고질라×콩: 뉴 엠파이어〉의 주제가를 불렀고, 아이돌 그룹 XG의 노래 ‘Woke Up’ 리믹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제 오즈월드를 한국에서 만날 시간이 머지않은 것 같다.
사심 담아 소개하고 싶은 뮤지션은 따로 있다. 싱어송라이터 렌이다. 렌은 원래 축구선수였다. 고등학교 축구부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전국대회로 진출시킬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의 삶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야외활동 대신 악기를 가지고 놀거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렌은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렇게 아티스트로서의 제2막이 시작됐다. 렌이 지난 몇 년간 발표한 곡만 20곡이 넘는다. 틱톡을 시작으로 온라인에서도 큰 반응을 얻어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백50만 명, 동영상 총 시청 횟수 1억 회를 기록 중이다. 최근 신곡 ‘一切合切’을 발표한 이후 제이팝을 소개하는 국내 인스타그램 계정과 여러 온라인 미디어에서 렌의 이름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리고 오는 연말, 렌은 일본 전국 투어를 한다. 그 후에는 한국에 방문할 계획도 밝혔다. 어쩌면 내년에는 한국에서 노래하는 렌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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