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3조 시장을 잡아라…은행·보험사 '보험청구권 신탁' 눈독

883조 시장을 잡아라…은행·보험사 '보험청구권 신탁' 눈독

이데일리 2024-11-08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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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내주 보험사가 고객의 사망보험금을 신탁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내용을 중점으로 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를 도입한다. 은행과 보험권이 883조원 규모 생명보험청구권 신탁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생명보험 가입자가 “사후 내 뜻에 맞게 보험금을 집행해달라”며 신탁계약을 맺을 수 있게 돼서다. 당장 신탁수수료 수익보다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고,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 사가 공들여 준비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은 생명보험금청구권 신탁 관련 새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신탁 강자’ 하나은행이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특화브랜드인 하나 리빙트러스트에서 관련 계약을 담당키로 했다. 그간 유언대용신탁으로 쌓인 노하우를 통해 보험가입자 뜻에 맞게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지정하고 원하는 기간·방식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보험청구권 신탁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초부터 준비를 해왔다.

신한·우리은행 또한 유언대용·자산승계신탁과 연계해 자산을 유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신탁 라운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생명보험금청구권 수탁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산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상속·증여·기부·세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우리내리사랑 신탁서비스’를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다룰 계획이다. 보험금청구권을 수탁 자산에 포함해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다. 신탁 계약을 한 고객이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법무사협회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KB국민은행도 생명보험금청구권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보험금청구권을 양도할 수 있는지 이슈가 있어 금융투자협회 지침을 기다리는 은행들도 있다. 이런 이슈에서 자유로운 생명보험사는 신상품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연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고객이 새로 종신보험을 들면서 수익자를 보험사로 정하면, 보험사가 고객 사망 이후 보험금을 관리·집행하는 수탁자가 된다. 예컨대 A 고객이 보험사(수탁자)에 “이혼한 배우자가 아니라 미성년 자녀에 생활비·교육비를 매월 지급하되, 성인이 될 때까지 나머지 자산은 보험사가 관리해달라”고 할 수 있다.

종합재산신탁업을 하는 삼성생명·교보생명은 전문성을 살려서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7년 신탁업 진출 이후 쌓아온 경험에 자산관리(WM), 전속 채널 역량을 결합해 ‘종합재산관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신탁 상담 전문인력뿐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신탁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생명보험 특성을 살려 수익자 생애설계, 상속, 증여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생명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고객과 금융사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뜻대로 사망보험금이 집행되도록 설계해 보험금을 둘러싼 각종 분쟁을 막을 수 있다. 금융사는 새로운 고객을 늘리고 다른 자산관리 분야와 연계해 수수료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망 담보 보험금 규모는 생보사 22개 합산 기준 약 883조원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 규모 자체가 크고 새로운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자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며 “당장 관리·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은행들이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고객들이 생명보험 본연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며 “수수료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의 인생 전반을 돌보는데 신탁을 활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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