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이는 몇몇 단골 낱말이 있습니다. 먼저, 유명세(有名稅)입니다. 세금 세(稅)를 떠올리면 뜻을 알기 어렵지 않을 텐데 놓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세금 ☞ 부담 ☞ 불편' 이렇게 기억하면 어떨까 합니다.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됩니다. 좋은 경험을 다룰 때는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명세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치르는 것임을 새깁니다.
다음은 장본인(張本人)입니다.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이라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어떤 사전(동아 백년옥편)은 '물의를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이라고 보다 분명하게 규정합니다. 역시나 좋은 쪽이 아닌 어의입니다. 정권 탈취를 위한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에게 장본인은 어울리지만, 민주혁명을 이끈 이에게 장본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은 김강보였다 ≪김원일, 불의 제전≫], [그 이듬해 봄, 다시 또 험한 일이 벌어졌는데 마을을 이토록 쑥밭을 만든 장본인인 그 대학생은 그 돈을 쥐고 한번 마을을 나간 뒤 전혀 소식이 없었다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회자(膾炙)도 있습니다.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은 전합니다. 주로 인구에 회자한다고 쓰거나 회자된다고 씁니다. '칭찬을 받으며'라는 어구에서 플러스 이미지의 낱말임을 직감합니다. 인구에 회자하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사건과 사태임을 기억하면 나쁘지 않겠습니다. [인구에 회자하는 명시(名詩)],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와 같은 용례가 있습니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종종 발견되는데, 어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외국어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내고자 쓰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는 '가능성도 있다' 정도로 쓰면 된다는 게 이들의 판단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 2013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글 손진호 그림 허남문, 지금 우리말글, 진선출판사, 2018
4. 서울신문, [똑똑 우리말], 2020년3월26일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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