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의 시간이 더 지난 지금, 중장년이 된 그 시절 어린이들은 47대 대통령을 뽑는 또 한 번의 미국 대선 결과를 그제(한국시간)지켜봤다. 백악관의 새 주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펼칠 정책과 그의 머리, 입에서 나올 한마디에 세계가 요동칠 것이 뻔하니 각국 매스컴의 기사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의 스타일, 세계관 등에 대한 분석, 예측도 경쟁하듯 이어졌다.
그러나 생뚱맞은 분석일지 몰라도 분열과 대립의 거친 말싸움이 어느 선거보다 오갔던 이번 선거에서 사후 159년의 링컨 리더십이 뿜어낸 메시지는 더욱 빛났다. 그의 리더십을 평생 관통한 ‘포용, 겸손, 용기와 결단’이 오늘의 정치인 언행들과 크게 대비됐기 때문이다. 링컨의 한 전기 작가가 링컨을 ‘정치적 천재’라고 극찬한 데서 보듯 그는 과거의 경쟁자들과 우정을 돈독히 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성공의 성과를 공유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대통령 당선 후 윌리엄 헨리 슈어드, 사이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 등 막강한 정적들을 모두 내각 요직에 끌어들이며 정계를 놀라게 한 것이 좋은 예다. “내각에 당의 가장 강력한 사람들이 필요했으며 자신은 국가를 위한 그들의 봉사를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그는 말했을 뿐이었다. 그의 포용적 리더십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이야말로 국가적 재난”이라며 자신을 모욕한 에드윈 스탠턴을 남북전쟁 시 전쟁장관 자리에 임명한 데서도 크게 빛났다. 링컨이 존 윌크스 부스의 총탄에 숨을 거뒀을 때 스탠턴은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있다”며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먼 나라 대통령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지만 링컨의 리더십은 한국 정치에도 금쪽같은 가르침이다. 임기 중반을 돌기 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린 ‘대통령 탄핵’과 영부인 관련 구설 및 이를 자초한 부적절한 처신 앞에서 국민의 한숨은 깊을 대로 깊어졌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검찰과 사법부를 농락하고 윽박질러대는 야당의 탈선 앞에 삼권분립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대통령이 포용, 겸손 등 국민 통합의 밑거름이 될 양분을 외면한 채 불통, 오만의 대명사로 전락한 현실에 국민은 절망한다. 법치 파괴와 국정 마비 횡포를 밥 먹듯 되풀이하는 야당 의원들의 특권 시위 앞에서도 국민은 좌절한다. 작년의 한 조사에선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토록 나라가 쪼개지고 민심이 갈라진 이유가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 아니면 다른 어디에 또 있을까.
최소 62만 명이 희생된 남북전쟁을 치렀지만 국가 분열을 막아내고 통일된 미합중국(USA)을 완성한 링컨에겐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라는 찬사가 따라다닌다. 그런 대통령을 가졌던 옛미국이 복 많은 나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돌을 맞고라도 가겠다”며 꿈쩍않던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에 떠밀려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등돌린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링컨의 리더십이 아쉽고 새삼 부러워지는 이유는 이러저리 갈라지고 엉망이 된 2024년 11월 한국 정치권의 모습에 넌더리를 내는 국민이 너무도 많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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