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공천개입·국정농단 의혹 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당일인 7일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1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지지율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으며, 구체적으로 사과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지지율 올리는 꼼수 같은 거는 저는 쓸 줄도 모르고 체질에도 안 맞다"며 "야구 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면서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고 국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자회견 날 尹 지지율 19%.. '보수·영남·고령' 모두 외면
尹 "지지율 올리는 꼼수 안써..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시간 동안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외교·안보,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차갑게 식은 상태이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가 19%, '잘못하고 있다'가 7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7%p 상승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70세 이상 고령층과 TK·PK, 보수층 모두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울은 긍정 16%·부정 78%, 인천/경기 긍정 18%·부정 74%, 대전/세종/충청 긍정 15%·부정 76%, 광주/전라 긍정 2%·부정 95%, 부산/울산/경남 긍정 28%·부정 68%, 대구/경북 긍정 31%·부정 56%였다.
18~29세는 긍정 8%·부정 77%, 30대 긍정 15%·부정 75%, 40대 긍정 7%·부정 90%, 50대 긍정 17%·부정 79%, 60대 긍정 32%·부정 66%, 70세 이상 긍정 36%·부정 54%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는 부정평가가 6%p 오르며 긍정 41%·부정 53%로 부정평가가 우세해졌고, 중도층에서는 긍정 9%·부정 85%로 부정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긍정평가가 10%p 하락한 긍정 52%, 부정 42%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점을 묻는 질문에 '없음'이라고 답했다. 반면 윤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점으로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연루'가 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과의 소통 부족'(14%), '경제 및 민생 해결책 부족'(11%), '의료개혁 등 일방적인 개혁 추진'(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은 여론을 더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라는 것으로 참모들에게 바가지 긁힘을 많이 당하고 있다. 누가 '이제는 전광판 좀 보고 뛰세요' 이런 칼럼을 주더라"라며 "어쨌든, 지지율 올리는 꼼수 같은 거는 저는 쓸 줄도 모르고 제 체질에도 안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 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 전광판 안 보고 공만 보고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거 때부터 계속 했다"며 "그러한 제 마음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지율에 관여치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명태균 논란에 "부적절한 일 한 것 없다" "김영선 공천, 의견 전한 것"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씨와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핵심인물 명태균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김영선이 해줘라 했다"는 등의 발언이 담긴 해당 녹취록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대통령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부적절한 일을 한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선 당선된 이후에 (명씨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태균 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자기도 움직였기 때문에 하여튼 수고했다는 얘기도 했다"며 일상적인 통화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담긴 "김영선이 해줘라 했다"에 대해서는 "외압이 아닌 의견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새벽 2시까지 장차관급에 대한 인사를 하고, 인수위원회가 진행되는 것을 꾸준히 보고 받아야 했다"면서 "저 나름대로 고3 입시생 이상으로 바빴다. 그만큼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고, 누구에게 공천해 주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저는 명태균 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제가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도 없고,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늘 그것을 조작할 이유도 없고, 그리고 또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명씨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80회가 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3억 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대금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씨는 다수의 녹취에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명씨가 여론조사 대금을 지급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 정치선동" "의도적인 악마화 가짜뉴스"
"인정하고 사과 할 부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핵심인 '김건희특검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특별검사 업무는 사법 업무이지만 이거는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 선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 "지난 정부 때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서 수사했지만 기소를 못 하지 않았느냐"며 "특검을 국회가 결정하고 임명해서 수사팀을 꾸리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이라고 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날 담화·회견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의도적인 악마화나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억울함도 본인은 갖고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국민에게 걱정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담화 발표 전에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에 부산일보 기자가 "어떤 부분을 사과하는지" 물으며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시끄러우니 사과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하는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기사를 꼼꼼하게 볼 시간이 없다"며 "잘못 알려진 게 굉장히 많은데 그거 가지고 맞네 아니네 하고 다퉈야겠나.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경향신문 기자가 재차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이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불필요한 이야기, 안 해도 될 이야기해서 (논란이) 생긴 것이니 그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국민들께서 속상해하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언론, '尹 사과'에 초점.. 진보 언론, 김 여사 감싸기 비판
이날 기자회견 후 언론들의 평가는 헤드라인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보수 언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尹 "저와 아내 처신에 문제… 아내도 '사과 제대로 하라'고 해"> 라는 제하의 기사를 메인 화면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尹>
중앙일보는 <고개 숙인 尹 "날 타깃으로 아내 악마화…국민 걱정끼친 건 잘못"> 이라는 제목을 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을 덜 먹고 원만하게 잘 하길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고개>
하지만, 동아일보는 <"김영선 좀 해줘라" 해명없이… 尹 "당 진행 공천 왈가왈부 못해">라는 제목으로 이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미흡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본질적인 핵심 의혹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반면, 경향신문은
특히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의혹은 외면했고 국정기조나 인적쇄신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7.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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