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함에 따라 한반도 외교 안보 지형 및 경제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2기는 지난 트럼프 1기 보다 더 강력한 미국 중심 노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기존 바이든 정부와 달리 북핵 문제와 주한 미군 방위비 문제 등에서 우리 정부와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제분야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2기는 화석연료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차전지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트럼프가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관련 분야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이제 미국의 황금기 될 것...뭐든지 미국 우선 방식으로 시작"
주한미군 철수 압박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전망.. "한국은 머니머신"
한미 핵협의그룹 운명 위태.. 전작권 전환은 속도낼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는 "이제 진정한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미국을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며, 강력하고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뭐든지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미국 우선주의' 부활을 선언했다.
이 당선 첫 일성에 '미국 우선'(First America)을 내세운 트럼프 2기는 이전의 '자유민주 동맹주의'를 내세운 바이든 정부와 모든 면에서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집권 1기 때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신속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트럼프는 우리 정부를 향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한미는 2026년 첫해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증액하고 이후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5년간 적용되는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시절에도 트럼프는 기존 분담금의 6배에 달하는 연간 50억 달러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당혹게 한 전력이 있다.
만일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거나 대북 공조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아일보는 7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4월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른 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고 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경우 현재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철수·감축하는 방안도 협상 카드로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기초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트럼프의 귀환과 한반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NCG 하의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용, 미 전략자산의 전개, 핵 기반 시나리오를 반영한 연합 훈련의 정례화 등은 동맹의 경제적 부담과 연계된 항목"이라며 "NCG는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가 NCG를 유지하는 대신 그에 따른 더 많은 비용을 한국 측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7일 "트럼프 재집권에도 한미동맹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집권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략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5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기 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는 지난 2014년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등 3가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을 마련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안보 환경 악화로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한국 '패싱'하고 북한 핵보유국 인정 할 수도
수년째 단절된 북미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한국을 '패싱'하고 직접 협상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트럼프 1기 초반에는 트럼프와 김 위원장이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각을 세웠으나 이후 두 사람은 세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세차례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는 당시 김 위원장과 북핵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는 자리에서도 핵무기를 가진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백악관으로)복귀하면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다"며 대화 재개를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과거와 같은 비핵화 협상은 절대 없다고 수 차례 공언해 왔다.
지난 2023년 9월에는 헌법에 핵무력 정책을 명시했으며, 김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히는 등 핵포기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채 서로에 대한 핵 위협을 줄이려는 목적의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만일 트럼프 정권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만 통제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스몰딜'에 타협한다면 이는 한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도록 하되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으나 북미간 협상이 이뤄진다면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패싱'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연합뉴스에 "지금 북한은 남한을 상종할 수 없는 적이라고 하니 당연히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것이고 트럼프도 성과를 내야 하니 일단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북미가 먼저 '한 스텝'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신재생에너지는 직격탄.. 조선업은 호황 기대 "미국 조선업, 한국 도움 필요"
국내 재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트럼프가 수출·통상, 에너지, 첨단 산업, 금융 시장 등 국내 경제 전방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경제·산업 전문가 15명의 의견을 종합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해 키워드 'T.R.U.M.P'로 정리했다.
'T.R.U.M.P'는 '보편적 관세 도입'(Tariff on All Imports), '화석연료 부활'(Return to Fossil Fuel), '첨단산업 불확실성 증가'(Uncertainties in High-Tech Industry), '통화정책 개입'(Monetary Policy Interference), '북·미 정상간 개인 외교'(Personal Diplomacy)를 의미한다.
먼저, 보편관세와 상호무역법 적용으로 대미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작년 444억달러, 올해 상반기에만 287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시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같은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도입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세계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동맹, 비동맹 구분 없이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 및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에너지, 농산물 수입을 늘려 2025년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의 증가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트럼프 2기는 화석연료 공급 확대에 따라 에너지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완화, 화석연료 프로젝트 관련 연방정부의 허가 신속화 등을 통해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과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가능해지고,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 또한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도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해온 기후정책들을 강하게 부정해온 만큼 글로벌 기후·에너지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세액공제 대상이나 공제 규모가 조정될 수 있어 국내 태양광·풍력·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분야는 보조금 등 인센티브 조정 가능성이 커져 기업 불안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과 자국 투자 확대를 위해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한국, 대만, 일본, 유럽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아닌 페널티 정책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전기차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 수출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전기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 개발과 정책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금융 정책으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제한'을 지렛대 삼아 금리 인하와 약달러를 추구한다는 점을 꼽았다.
통화정책에 개입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 2기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제한을 지렛대 삼아 금리 인하, 약달러를 추구할 전망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이 늘어 국채금리가 오르고 강달러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트럼프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세게적 건조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선박 수출, 보수, 정비 분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앞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하길 원한다"고 밝혀 조선업계는 예상치 못한 호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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