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중장기 전략 과제 및 외부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 영업이익률 13.75%, 그룹이익 1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가 제시한 성장 전략 방향의 키워드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과 '다각화'다. 회사는 날로 치열해지는 외부환경을 고려했을 때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역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투자 및 제휴 등 외적 성장동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TA(치료영역) 확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유망 혁신 기술 및 물질 선점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제약 원료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확대 ▲온라인팜의 유통 역량 강화 등의 그룹 전반의 세부 전략 과제들을 포함했다.
특히 회사는 그룹 내 주요 사업인 제약 부문 확장을 위해 성장성이 높은 정신질환과 신경계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 기업과의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비만·대사, 항암, 희귀질환, 신규 플랫폼과 관련해 약 20~30여개의 바이오기업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기술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 예산은 8150억원으로 책정했다. 회사는 기업 M&A 5680억원, 연구·개발(R&D) 2000억원, 제조시설 420억원, IT 인프라 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반기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이 채 되지 않아 투자금을 내부조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지만 외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오픈해 고려하고 있고, 유상증자 등도 고민하고 있다.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가장 최적의 안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 뿐만 아니라 다른 한미그룹 계열사들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있다. FI도 있고 SI도 있다"며 "투자 받는 차원에서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모으는 것은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며 "각 투자자들의 조건도 다양하다. 그런 면에서 안전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업에 대해 어떤 투자자와 얘기하고 있는지는 차차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대표는 외부 투자자를 적대세력으로 보거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투자 유치는 사업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회사 발전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그냥 돈이 있다고 해서 (투자를) 받을 것도 아니고 친하다고 해서 받을 것도 아니"라며 "사업과 회사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를 철저히 따져서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임 대표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대주주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투자 유치를 반대할 경우 그 피해가 일반 주주와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라면 이사회와 주주 모두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주주 등이 이 일을 막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주와 한미그룹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에 충분한 도움이 된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 대표와 형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모친 송영숙 회장, 동생 임주현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형제 편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돌연 모녀와 손잡으며 대주주 연합을 구축한 상태다.
현재 지분상으로는 3자 연합이 우세하다. 현재 3자 연합과 형제가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48.13%와 29.07% 수준이다.
3자 연합은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 등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4:5로 형제 쪽에 기울어져 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5:6으로 재편돼 대주주 3자 연합이 우세해진다.
다만 11명으로 2명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임시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3인 연합 측과 형제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이사 수는 5:5가 돼 갈등이 유지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임 대표는 자신이 한미사이언스 및 핵심계열사 이사회를 장악해 현재 경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 사항인 정관변경은 불가능하고, 설령 이사진이 5:5 동수로 재편돼도 임종운 대표이사체제는 2027년까지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내년 3월 정기주총 시 ▲3자연합측 이사진으로 분류되는 3명의 이사진 임기가 만료되고 ▲26년 3월 주총에도 송영숙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임종훈 대표 측을 지지하는 이사진 진입이 가능해져 지주사 지배력은 보다 확대된다.
또 임 대표는 오는 12월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41.1%의 지분을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이사진 재편을 통해 새 리더십 구축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임 대표측 이사진이 숫적으로 불리한 구조지만 ▲25년 3월 정기주총 시 3자연합측 1명의 임기 만료 ▲26년 3월, 5명의 이사진이 한꺼번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임 대표측 이사 기용이 가능해져 한미약품의 이사회까지 주도할 수 있다고 임 대표는 밝혔다.
임 대표는 "한미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지배되고, 그룹 전반의 경영은 오너일가나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들의 신임을 받는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며 "저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분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오는 28일 임시주총 결과와 관계없이 저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2027년까지 지속될 거란 얘기"라고 했다.
이어 "내년과 2026년에 걸쳐 이사회의 인적 교체가 이뤄지면 저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은 더욱 강력해진다. 2026년 3월이면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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