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강남의 갤러리 예화랑이 창덕궁 인근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열고 개관전으로 9일부터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의 사진전을 연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불렸던 작가가 평생 찍은 8만여장의 사진 중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작품과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고 이후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던 196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대표작을 모았다.
1953년 벙거지를 눌러 쓴 젊은 남성이 '구직'(求職)이라고 적힌 팻말을 허리춤에 묶고 명동 거리의 어느 건물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담은 '구직'을 비롯해 1946년 부산에서 꽃을 이고 걸어가는 댕기 머리 소녀와 그 뒤를 쫓는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을 담은 '아침',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 뒤 성당의 종탑이 보이는 1950년작 '초연 속의 성당', 앙상하게 불타버린 나무 사이에 서 있는 소년을 담은 1953년작 '나목' 등 현실을 '리얼'하게 기록하면서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은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1945년 해방의 벅찬 감동을 카메라 없이 인화지와 현상액을 이용해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알려진 임응식의 다른 작품들을 대중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 추상 작업과 예술가들을 찍은 '풍모' 연작, 고건축 연작 등 여러 연작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4일까지.
예화랑은 창덕궁점 개관과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던 갤러리 건물의 개보수에 들어간다. 예화랑은 1978년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1982년 강남으로 옮겼고 1988년부터 현재 자리에서 전시를 해왔다.
김 대표는 "갤러리가 개관한 지 올해로 46년이 되다 보니 창고 정리도 필요했고 건물도 낡아서 개보수할 기간 사용할 새 공간을 구했다"면서 "건물 공사가 끝난 이후 창덕궁점 운영을 계속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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