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 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피임 실천율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족
7일 발표된 모자보건학회지에 따르면, 국군의무사령부, 우송대 간호학과, 충북대 간호학과 공동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바탕으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의 피임 실천 추이와 영향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교 여학생 9562명이었으며, 피임 실천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 문항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학생 중 항상 피임을 실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9.2%에 불과했다. 반면, 전혀 피임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달했다. 성관계 시 피임 실천율은 2013년 27%에서 2022년 46.1%로 크게 증가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 피임을 충분히 실천하지 않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피임 실천율이 다소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특히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성관계 시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연령, 경제적 수준, 학업 성적, 음주·흡연 경험, 그리고 성교육 여부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경제적 수준이 높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일수록 피임을 더 잘 실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최근 12개월 이내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피임 실천율이 더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성관계 경험 비율이 높았으며, 평균 성 경험 연령은 16세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사후피임약이나 콘돔 등 현대적인 피임법을 사용했으나, 실제 사용 비율은 79.4~84.8%로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여학생의 성관계 경험 시 피임 실천율이 여전히 낮다는 것은 여성 청소년의 성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학교 성교육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체계적 성교육 및 지원 필요
여학생의 임신과 출산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연구팀은 "임신과 출산은 여학생 개인의 신체와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연령, 학업 성적, 성교육 경험 등 다양한 요인에 맞춘 중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기 성관계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으며, 그 결과로 인한 책임과 사회적 부담이 크다"며, 정부와 교육 기관이 성교육의 강화와 체계적인 피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피임을 실천하지 않는 이유로 정보 부족, 성교육의 부재, 피임 도구 접근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 차원에서 성교육의 내용을 강화하고, 청소년이 쉽게 피임 도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청소년기의 성 건강 증진과 더불어 성평등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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