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반도체 우수 인력을 빼가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날로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은 각국에서 영입한 인재의 첨단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자국의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다.
화웨이와 SMIC등 중국 기업이 반도체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TSMC 직원을 대상으로 이적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TSMC의 직원들은 화웨이로부터 'TSMC 급여의 3배' 조건 등 집요한 권유를 받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인해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입수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나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ASML의 사원을 채용해 연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인력 중개 업체를 통해 TSMC 연구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화웨이로의 이적을 타진하고 있다.
TSMC는 기밀 유지를 위해 직원이 접근 가능한 정보를 세분화하고 있으며, 각 개인에게 정보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TSMC 기술을 유출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직원을 빼내야 한다.
르몽드는 "대만 조사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화웨이는 데이터 분석 기업 등으로 위장해 구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TSMC의 전(前) 연구원인 클로이 첸은 지금도 3개월에 한 번 정도 화웨이로의 이직을 권유하는 메일이 온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또 해외 IT매체 탐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반도체 제조 기업에서의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 고용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인 기술 규제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연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화웨이, SMIC, CXMT, QXIC 등 중국의 여러 기업이 TSMC나 UMC 직원에게 고액의 보수를 제시해 빼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대한 최첨단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연이어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TSMC의 반도체가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에 탑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수출규제의 대상이 된 반도체가 화웨이의 손에 넘어간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TSMC는 문제 발각 직후 중국에 거점을 둔 칩 제조업체 '소프고(SOPHGO)'에 제품 출하를 중단했다. 이에 화웨이가 중개회사를 앞세워 대리 주문하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소프고는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칩 설계 기업이다. 소프고 설립자인 미크리 잔(Micree Zhan)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공동설립자로도 알려져 있다.
홍콩·미국·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비트메인은 지난 2021년 대만에 연구센터 두 곳을 불법 운영하며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불법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대만 검찰은 "비트메인이 지난 3년간 수백 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을 유출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대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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