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내 전쟁 종식" 트럼프, 우크라 무기 지원에 비판적
우크라 특사 방한해 무기지원 요청할듯…尹대통령 "무기 지원 배제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기조에 맞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검토해오던 한국의 입장에 중대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전 종식'의 구체적 방안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금과 같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자금 지원 방식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른 시일 내 한국에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특사로 파견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며 일정을 물밑 조율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특사 파견은 지난달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 등 발언으로 우크라이나전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한국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 끌고 가게 하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선된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특사가 오더라도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기 지원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정세 변화에 발맞춰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와 재건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기류도 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지난달 22일 "정부는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리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한국의 무기 지원 기준에 대해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느냐 안 되느냐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전황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언급한 것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북한군 파병으로 한국 안보에 가해지는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인도주의·경제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북한군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 수위를 더 높이거나 북한군의 전투 참여 활동 등이 불거질 경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 정치 상황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한국이 무력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북러에 경고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 또한 미국 대선 판세를 내다보고 대선이 가까워진 시점에 파병을 전격 결정함으로써 마치 세계 2차대전 막판의 소련처럼 '숟가락 얹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전을 일찍 끝내려는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고는 전쟁 막바지에 끼어들어 큰 희생은 치르지 않고도 러시아를 향해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밝힌 것처럼 하루에 러시아군 사상자 1천200명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북한군 1만여 명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미국 정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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