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반도체 기업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귀환 이후의 변화를 놓고 여러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칩스법'이 수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더해 업계 지형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분위기는 증권시장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트럼프 재선' 이슈에 3.12% 급등한 와중에도 기업별 주가는 온도차를 보인 게 대표적 현상이다. 세부적으로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큰손' 엔비디아는 4.07%, 경쟁업체 AMD는 2.43% 상승한 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3.17% 뒷걸음질 쳤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시가총액도 983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현지 증권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과정 중 TSMC를 겨냥한 게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줄곧 반감을 드러낸 그가 칩스법 그리고 반도체 시장 현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각 기업이 미국에 공짜로 공장을 설립하도록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TSMC를 겨냥하듯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한 기업"이라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이러한 생각이 담긴다면 반도체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TSMC 연합'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AI 트렌드'에 올라탄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를 장악한 가운데 그 물량 대부분을 TSMC가 책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자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해외 기업을 견제한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중심 축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경우 이들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영향권에 진입하게 된다.
물론 아직까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얘기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고, 꺾이지 않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만한 기업도 지금으로서는 많지 않아서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3~5나노 초미세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을 필요로 하는데, 사실상 TSMC가 이들 공정을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엔비디아로서는 섣불리 손을 놓았다간 TSMC와 협력을 원하는 다른 빅테크에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측면에서 대체할 기업이 많지 않아 지금의 시장질서가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내 기업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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