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세계 국방비 증액 전망…美 우크라 지원 줄여도 '각자도생'에 각국 방산수요 지속
美 중동 수출통제 완화 땐 한미 경합…韓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부담
철강업계, 시황부진·중국발 저가 공습에 미국발 불확실성 부담까지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선 완승으로 세계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 방위산업 업계는 'K-방산'의 강한 성장 흐름이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도전 요인도 적지 않다고 보고 사업 환경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업계 "주력 유럽 시장 수출 동력 유지될 것"
한 대형 방산업체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에 "트럼프 후보 당선이 한국 방산업계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이 나토 지원이 축소되도 동유럽을 중심으로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어 한국 방산 업계의 주력 수출 시장인 유럽 시장의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무기·자금 지원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손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유럽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나토 회원들이 현재 2%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을 3%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방산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추진할 경우 한국의 유럽 지역 방산 수출에 긍정과 부정 요인이 혼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이 종료 또는 축소 시 탄약 등을 중심으로 국내 방산 수출이 둔화·정체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방위비 증액이 예상되고, 특히 '각자도생' 질서 부상에 따라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는 동유럽 국가들의 국방력 강화 노력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방공무기 '큰손' 된 중동서 한미 경합하나
다만 한국의 새로운 방산 전략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중동에서는 미국과 한국 방산 기업 간 경합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해 무기 수출 통제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이런 통제를 완화하면 중동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 업체 간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
한국 방산업계는 2002년 UAE에 '한국형 패트리엇'인 천궁-Ⅱ를 35억달러 가격에 수출했다. 중동 국가들의 대공 방어망 구축 강화 수요에 힘입어 올해 추가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의 천궁-Ⅱ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천궁-Ⅱ 체계 제작에 관여하는 방산 업체 관계자는 "중동은 한국 방산의 큰 전략 시장인데 향후 미국 기업과의 경쟁 격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방산 협력에서도 기회와 도전 요인이 공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집권 2기를 맞아 미국은 국방 예산을 바이든 정부 집권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돼 한국의 대미 방산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업계는 기대한다.
대표적으로 미군은 해외에서 자주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로 대형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K-9 자주포의 미국 수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또 미국의 국방비 증가로 미군 고등훈련기와 함정 사업 등에서 한국이 진입 기회를 노릴 만하다고 방산업계는 기대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미국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미국은 올해와 내년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트럼프 2기 때 미국이 자국 방산 재건과 '바이 아메리칸'(Buy-American)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무기체계 공동 개발, 미국의 방산 공급망 진입 등 최근 추진되는 한미 방산 협력이 좌초될 위험 요인도 있다.
◇ 한국 방위비 인상 부담…한국군 무기 획득 위축 우려도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리겠다고 공언한 부분 역시 한국 방산 업계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면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한미가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합의한 1조5천여억원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한국의 방위비 급속한 방위비 부담은 한국군의 무기 획득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방산 업계의 기본 축인 '안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큰 틀에서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이 나토와 한·일에 방위비 증액 요구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국방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 차원의 무기 생산과 주요 방산국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당연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일부 방위비 증액을 감수해도 반대급부를 잘 얻어내는 협의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 '시황 부진' 철강업계, 추가 불확실성 가능성 주시
한편,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름 중인 철강 업계는 트럼프 집권 2기가 예고됨에 따라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 등 미국의 제외한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한국산 철강 제품과 경합이 강해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어 대중국 관세가 강화되더라도 대미 판매를 더 확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는 "이미 철강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쿼터 등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제약을 받는 상황으로 트럼프 당선인 2기가 열려도 기본적으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은 이미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 풀리고 있다"고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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