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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5일(현지시간) 주(州) 헌법에 낙태권을 보장하는 주민투표를 진행한 10개 주에서 7개 주가 낙태권 합법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낙태권 합법화 위한 주민 투표 결과 뉴욕, 미주리, 메릴랜드, 콜로라도, 네바다, 애리조나, 몬태나 등에서 낙태권을 보장하거나 강화하는 법이 제정될 예정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인 플로리다·사우스다코타·네브래스카에서는 투표안이 부결됐다. 낙태권 축소와 확대를 동시에 투표에 부친 네브래스카에서는 ‘임신 12주 이후 낙태금지’ 법안이 통과돼 오히려 낙태권이 축소됐다.
이번 선거에서 낙태권에 대한 주민투표가 주목받은 이유는 카멀라 해리스 캠프가 낙태권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재임시절 결정과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임기 동안 3명의 연방 대법관을 임명했는데 이는 2022년 연방 차원에서 여성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보수적인 주를 위주로 낙태금지법이 추진되거나 시행됐다.
이 이슈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강력한 쟁점으로 자리잡아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예상 밖 선전을 이뤄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이 문제를 전면으로 쟁점시켰지만, 표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AP보트캐스트 조사에 따르면 낙태가 모든 경우나 대부분의 경우 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 중 약 30%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미주리, 애리조나, 네바다, 몬테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 트럼프 당선이 13%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플로리다에서는 57%의 유권자가 낙태권 합법화와 관련해 찬성표를 던졌다. 플로리다는 ‘임신 6주 이상’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60%의 찬성률을 통과 기준선으로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낙태권 문제에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각 주 정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때때로 낙태 찬성 입장을 밝히거나 낙태허용기간을 6주보다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낙태금지를 주장하는 그의 주요 지지층을 화나게 했지만, 반대로 낙태를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그를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민주당 정치전략가인 톰 보니어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는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엑스(X, 옛 트위터)에 남겼다.
공화당은 낙태권을 공격하는 민주당에 대응해 이슈를 트랜스젠더로 옮기기 위해 막대한 광고에 자금을 투자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은 소수자(LGBTQ)에 대한 차별 정책 폐지를 주장해 온 해리스 부통령이 트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자)이 여성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해리스 부통령이 수감 중인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해 납세자 자금 지원으로 성전환 치료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됐다.
여론 조사 전문가인 트레사 언뎀은 낙태권 문제가 독립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슈라면서도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은 단일 이슈가 아닌 여러 요인을 고려한 후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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