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최근 농심은 카프리썬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매출 감소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식음료 업계는 한동안 잇달아 종이 빨대를 도입해 왔지만 추가 도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음료사들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종이 빨대’ 도입 등 친환경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높아지는 ESG 경영의 중요성과 함께 정부에서 시행한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규제 방안이 영향을 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일회용품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을 개정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22년 11월부터 카페·식당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종이컵의 사용이 금지됐다. 식품 제조사들도 정부 기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변경하는 등 친환경 경영 강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은 종이 빨대를 플라스틱 빨대로 교체했거나, 당분간 제품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자사 팩 두유에 부착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변경했다. 그러나 최근 이를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매일유업에서는 현재 어메이징 오트 제품 등에 종이 빨대를 부착해 출시하고 있지만 추가로 다른 제품에 종이 빨대를 확대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동서식품은 업계 최초로 컵 커피 제품에 종이 빨대를 도입했는데, 추가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종이 빨대 특유의 사용감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자 더 이상 종이 빨대를 도입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종이의 향, 오랜 시간 사용하면 눅눅해지는 느낌 등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월 평균 100건 이상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며 “종이 빨대 품질 개선을 했음에도 매출이 하락해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기업의 ESG 경영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기업의 이미지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회사의 경우 ESG 경영이 더욱 중시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도 중요시 여기는 사안이다.
아울러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 등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농심은 카프리썬에 종이 빨대를 도입할 당시,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30t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기업들의 행보는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관련한 규제에 대해서 최근 자율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2023년 11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해당 규제의 계도기간을 무제한 연장했다.
환경부는 규제 재개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된 바가 없으며 자발적 협약 등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행보 변화도 이 같은 환경부의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 정책은 물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친환경 기조와는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농심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하면 타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팀장은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선택은 하나의 지표로 해석될 수 있을뿐 아니라 큰 영향력을 미친다”며 “정부 차원에서 로드맵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급히 규제를 선회한 것은 소상공인은 물론, 기업, 더 나아가 시민 사회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으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준비해 온 제도를 무책임하게 포기한 상황이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관련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기업, 시민 의식은 따라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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