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경동 기자 =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칭화대 졸업생들이 월급이 몇 천 위안에 불과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등 중국의 엘리트 계층마저 취업 대란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 전문 매체 칸중국에 따르면, 최근 심천 핑산구 문화체육국이 도서관, 미술관, 문화관 등의 비정규직 보조 인력을 공개 모집한 결과 모집 인원 16명에 4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지원 자격은 학사 학위 이상이었는데, 인민대학교, 중산대학교, 하문대학교 등 주요 대학 출신이 지원했고, 칭화대 출신도 포함됐다. 절반가량은 석사 학위자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점점 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대 소프트웨어공학 전공 졸업생이 북경고궁박물원의 보안팀 경비원직에 지원한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나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베이징대 졸업생이 경비원을?"이라는 의견부터, "모두 결국 비정규직이 될 운명인가"라는 반응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운남 보산학원이 기숙사 관리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지원자 명단에 중북대, 운남농업대, 서남 임업대 석사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들의 전공은 기계공학, 환경과학, 농업관리였다.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로 대학 졸업생의 취업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안정성을 중시하는 구직자들이 공기업과 같은 체제 내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조차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학력 가치의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박사들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에 지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칭화대 위챗 계정에는 2023년 졸업생의 진로를 다룬 기사가 실렸는데, 8%만이 해외 유학을 선택했고, 대다수는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일부 네티즌은 "칭화대생들이 예전에는 특정 기업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현실에 맞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며 이를 하향 평준화라고 지적했다.
고학력자가 비정규직 일자리에 지원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는 고소득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해의 한 보험업 간부는 "노력과 연봉 상승이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금융업, 부동산, 기술업의 침체와 감원으로 직업적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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