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변동이 예고됐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가입자 선택에 따라 사업자 이동이 용이해졌다.
중도해지 등으로 인한 손실이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초저위험군 가입자가 대다수인 데다 상품 이전도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기대점은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했다. 퇴직연금가입자가 기존에 보유한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도 퇴직연금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실물이전은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이 가능한 형태로 확정급여형(DB)은 DB로, 확정기여형(DC)은 DC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IRP로만 가능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15일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퇴직연금사업자별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추가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에 따라 서비스 개시일을 변경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계약이전 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은 최소화되고 사업자 간 서비스 기반의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타 비용이 발생해왔다. 기존 상품의 해지(현금화)에 따른 중도해지 금리 등의 비용과 펀드 해지 후 재매수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변화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 등이다.
퇴직연금 특성 및 이전 제한 등 우려점
다만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머니무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퇴직연금 특성상 리스크가 높은 상품은 수요가 적은 데다 이번 제도로는 일부 상품의 이전은 불가해서다.
일례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들면 올해 2분기 말 시행 1주년을 맞아 적립금 규모가 32조9095억원가량이다. 디폴트옵션은 DC·IRP형 가입자가 일정기간 동안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한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을 위험등급별 구분하면 초저위험군이 29조3478억원으로 89.2% 상당이다. 저위험군은 1조8772억원이며 중위험과 고위험은 1조2011억원, 4834억원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사실상 수익률만으로는 실질적인 머니무브로 이끌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또한 모든 퇴직연금 상품의 실물이전이 가능한 건 아니다.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예금, 이율보증형보험(GIC),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인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보장상품과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반면 디폴트옵션 상품과 퇴직연금(자산관리)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 그리고 사용자가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한 언번들형 계약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하다. 기존과 같이 상품 매도 후 현금화 해 이전해야 한다.
은행권 및 증권업계 반응…“일단 지켜봐야”
금융권과 증권업 전반에서는 시행 초기인 점에서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시행 초기다 보니까 들어오고 나가는 신청 건이 많아 처리하느라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다”라며 “회사 관계 때문에 DC형이나 DB형은 거의 못 갈 것 같고 주로 개인형 IRP 중심으로 좀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책이든 간에 조금 몰리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려면 시간이 조금 지나 봐야 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를 판단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며 “최소한 2주에서 한 달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달 31일로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 예정인 사업자는 총 37개사로 해당 사업자의 실물이전 대상 적립금 비중은 전체 대상 적립금의 94.2%에 달한다. 내년 4월까지 총 44곳의 금융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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