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지옥 올 것" "동성애 비위생적"이라는 스타 강사들, 정말 그럴까?

"차별금지법, 지옥 올 것" "동성애 비위생적"이라는 스타 강사들, 정말 그럴까?

프레시안 2024-11-07 09:0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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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 씨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강성태 씨 또한 "지옥이 올지도 모른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권 활동가들은 이들의 발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상당수라고 반박하며, "자신의 권위에 기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유통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행위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4일 유튜브에 "(포괄적)차별금지법, 지옥이 올지도 모릅니다"라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할 수 없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한 수강생에게 차별금지법 때문에 이력서에 대학원 학력 쓰지도 못하게 생겼다는 메일을 받았다. 학력을 안 보면 면접과 스펙이 남고, 스펙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며 "스펙은 다른 사람이 대놓고 도와줄 수 있으며, 면접은 주관적 요소가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여전히 학력을 채용이나 승진에 반영할 수 있지만, 합리성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입증 책임이 있는 회사가 고용과 승진을 진행할 때마다 합리성을 입증해야 한다"라며 "많은 전문가들은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채용에 대학교 졸업 여부, 석·박사를 포함한 학력을 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했다.

강 씨는 "교육부마저 학력은 개인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차별의 범위에서 제외하자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차별은 없어져야 하지만, 차별이 학생들의 노력의 산물인 학력을 무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적 이상만 쫓다가 죄 없는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느냐"며 철학자 칼 포퍼의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지옥을 만들어낸다'는 구절을 인용한 뒤 영상을 마쳤다.

▲수능강사 강성태 씨가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공부의신 강성태 유튜브 갈무리

이러한 강 씨의 주장은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위원장은 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학력을 차별의 범위에 넣은 이유는 직무와 상관없는 학력을 요구하거나 여대 출신 지원자를 배제하는 경우, 같은 성과를 냈는데도 학벌에 따라 승진을 달리하는 경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지, 이력서에 학력이나 학교 이름을 기재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교육부의 경우 지난 2021년 차별금지법 논의 당시 차별 금지 대상에서 학력을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냈으나, 같은 해 7월 이를 철회하고 국가자격 취득이나 교육기관 성격에 따라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학력에 따른 기회의 차등을 두자고 제안했다.

학력은 온전히 학생들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주장 또한 설득력을 잃는 추세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펴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부모 소득수준별 상위권대(수도권·의대·치의대 등) 진학률은 소득 상위 20% 계층(5.9%)이 소득 하위 20% 계층(1.1%)보다 5.4배 높았다.

지역별 상위권대 진입 격차도 컸다. 또한 2018년 기준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16%를 차지한 서울 출신 학생들은 서울대 진학생 중 32%를 차지했다. 특히 강남 3구는 전체 졸업생의 4%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 12%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학입시제도를 지역 비례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꽃보다전한길 유튜브 갈무리

강 씨에 앞서 '한국사 1타 강사'로 불리는 전한길 씨 또한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했다. 전 씨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이 제정되면 남자인 내가 오후부터 여자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도 된다. 수치심을 느낀 여성이 신고하면 그게 바로 차별이고 처벌을 받게 된다"며 "성교육을 할 때에도 동성 간 성관계를 가르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처벌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한 번 제정되면 해당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도 차별이 되어 거론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며 "이것(차별금지법)에 대해 법으로 규제함으로써 역차별을 만들고 표현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전 씨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같이 공적인 기관이 특정 정체성에 대해 차별적 정책 및 대우를 했을 때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했을 때에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혐오 발언을 하는 개인을 처벌하거나 동성 간 성관계를 가르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차별금지법 반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같은 경우 흔히 알려진 대로 에이즈(후천면역결핍증후군; AIDS) 감염 위험도 크고 비위생적일 수 있는데, 이런 표현도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자라날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이즈를 동성애로 인한 질환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바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이 지난 2010년 발간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길라잡이>에는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HIV 감염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동성애는 에이즈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전 씨의 의견은 사실과 맞지 않는 비과학적인 주장에 불과한 셈이다.

나아가 성소수자를 향한 전 씨의 발언은 국가인권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권위가 지난 2019년 발간한 '혐오표현 리포트'는 "혐오표현은 특정집단의 속성을 이유로 대상자를 열등하다거나 불결한, 또는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차별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이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인권위는 "대상자는 위축감이나 공포감, 정서적 스트레스를 느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기를 비하하거나 부정하는 심리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대상자가 스스로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발전을 향한 노력을 포기하도록 하여 이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혐오표현 리포트>. ⓒ인권위

인기 강사들의 연이은 '차별금지법 반대' 선언은 최근 교계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목소리가 커진 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서울역·여의도 등지에서는 경찰 추산 23만5000여 명의 보수 기독교 신도들이 모여 동성혼 합법화 및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전 씨는 집회 개최에 앞서 한 기독교단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차별금지법을 비난하며 해당 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 바 있다.

학벌주의 사회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인기 강사들이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기득권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인기 강사들은 사회가 개인의 성적이 무조건 노력에 의한 것이고 성실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는 신화를 믿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학력에 의한 차별이 줄어들면 본인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생각해 극우적으로 전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공동위원장은 "인기 강사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수자 집단에 나쁜 영향을 줄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권위에 기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유통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행위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 개인의 특성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막는 취지의 법안이다. 차별을 당한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인권위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관은 처벌받을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의 이름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종교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엄청나게 시급한 일이냐'는 부분에서 고려할 점도 있어서 성숙된 다음에 논의해도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10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개최한 가운데 한 참가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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