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뜻과 달리 사용되는 낱말의 예를 들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금도'입니다. '옷깃 금(襟)'에 '법도 도(度)'를 씁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금도를 표제어로 올려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장군의 장수다운 배포와 금도에 감격하였다"라고 용례도 적어뒀습니다.
襟은 옷 의(衣) 변을 품어 옷깃이라는 뜻을 알아채기 어렵지 않습니다. 어의가 가지 치듯 하여 가슴, 마음, 생각이라는 뜻이 두 번째로 제시됩니다. 마음속에 깊이 품은 회포라는 의미의 금회(襟懷)라는 명사가 있습니다. 襟은 또 재빠르고 민첩하다는 뜻도 나타낸다고 사전은 알려줍니다.
언중(言衆)은 그러나 일상에서 이 말을 다른 뜻으로 자주 씁니다. "금도를 지키지 않았다", "금도를 벗어난 일이다"라는 식으로 쓰는 것으로 미뤄 볼 때 금을 '금할 금(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듭니다. 도량이나 아량이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선이나 기준이라는 의미로 쓰는 셈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금도(禁度)도 사전에 올려야 마땅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됩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고 있기 때문에 의당 나올 수 있는 의견으로 보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1년 '짜장면'이 '자장면'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현실을 고려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발음의 문제였기에 금도와는 다른 경우로 보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여태껏 쓰임새로 보아 앞으로도 금도는 禁度의 뜻으로 더 많이 통용될 것 같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2. 글 손진호 그림 허남문, 지금 우리말글, 진선출판사, 2018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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