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믿고 투자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대미 사업전략에 차질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에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며 "우리는 그것을 절대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한 팟캐스트에서 "부유한 기업들이 들어와 돈을 빌려 반도체 공장을 세우도록 수십억달러를 지원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해 527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반도체기금을 편성했고 이 가운데 390억달러(약 54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5% 세액공제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44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64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 등을 짓는데 38억7000만달러(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만큼 보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조금 혜택을 폐지하지 않더라도 이를 빌미로 추가적인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전략이 수정될 지 주목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보조금을 안 준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우리는 미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그렇게 크지 않고 아직 완전히 다 결정된 것도 아닌데 보조금을 안 준다면 저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도 반도체 업계가 우려하는 요소다. 한국 제조사들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지거나 반도체 판로가 막힐 가능성이 커서다.
일각에선 대중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반면 반도체 및 핵심 판로 수요산업 내 중국 경쟁기업 견제 강화로 반사이익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지원법 관련 동일 지원 혜택 대비 추가 투자 요구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 견제 및 자국 내 첨단공정 제조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국가 전략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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