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럽 최대' 中대사관 승인 고심…中, 英대사관 재건축 보류중"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관 건물 건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앞서 좌초됐던 영국 런던의 런던탑 인근에 대규모 대사관 건립 계획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승인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중국은 2018년 2만㎡(6천50평)의 옛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를 2억5천500만파운드(약 4천600억원)에 매입해 주미 대사관의 2배이자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중국 대사관으로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과 인권단체가 영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안전, 잦은 시위 가능성, 부지의 역사적 의미 등을 들어 반대했고 2022년 관할 자치단체인 타워 햄리츠 구의회는 계획을 불허했다.
중국은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8월 대사관 건립을 위한 새 신청서를 타워햄리츠 구의회에 제출했는데 노동당 정부는 이 계획과 관련한 결정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가 장관을 겸임하는 주택·사회·지방정부부는 지난달 중순 구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레이너 부총리가 개발안과 관련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기 위한 현지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같은 달 낸 성명에서 "호스트 국가(영국)는 공관 부지 건설을 지원하고 촉진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며 "중국과 영국은 모두 상대국 수도에 새 대사관을 지어야 하며 서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베이징의 영국 대사관 재건축과 얽혀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 건물은 대대적인 재건축이 필요할 만큼 낙후했는데 한 당국자는 지난 1년간 대사관과 관련한 모든 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를 철거한 후 다시 짓기로 하고 올해 8월 조달 공고를 냈다고 한다. 약 1억파운드(약 1천800억원) 규모의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베이징 현지 허가가 필요하다.
가디언은 영국대사관의 재건축 요청을 최소 1년간 중국 당국이 거부해 왔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복수의 영국 소식통은 중국이 양국 관계에서 대사관 건립을 최우선 현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중국의 재신청이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였고, 레이너 부총리의 개입 발표가 지난달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의 방중 직후에 나왔다는 점을 짚으면서 양국 관계나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국 관계는 최근 원만치 못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9월 의회 한 연구원이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갈등이 고조됐고 영국 내에서는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역시 올해 초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의해 중국 국가기밀이 유출된 사건을 적발해 관련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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