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최선 이익은 전쟁 끝내는 것"…'전쟁 피로감' 표심 자극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에는 경제와 불법 이민자 등 국내 현안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 민주당 정권과의 차별화를 추구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군사적 지원에 대해 분명하게 날을 세웠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지난 9월 대선 TV 토론회에서도 "미국의 최선의 이익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종전을 주장했다.
민주주의 진영에서 미국의 리더십 복원을 약속하고, 지난 2022년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 나간 바이든 행정부와는 정반대의 접근 방법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부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외교적으로 고립주의적 성향을 지닌 미국의 보수층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환호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보수층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확산했고, 표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은 미국 경제에도 물가 상승이라는 여파를 끼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별다른 종전 해법을 내놓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접근방법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개 경합 주 유권자 2천100명을 상대로 '어떤 후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응답자의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잘 해결할 것이라는 답변은 39%에 불과했다.
가자 전쟁도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를 비난하고, 중동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는 작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휴전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하마스뿐 아니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위기를 관리했다.
특히 이란을 공격하더라도 원유 시설이나 핵시설을 피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을 지지하는 등 더 선명하게 이스라엘 편에 섰다.
이스라엘에 더 우호적인 미국 여론을 감안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미국인의 47%는 이스라엘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지지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젊은 층과 유색인종 유권자 사이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감이 확산한 것이 당혹스러운 대목이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미국 전역의 200여개 친(親) 팔레스타인단체가 시카고에 모여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적인 지지층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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