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韓 반도체, 美 칩스법 보조금 '불확실성' 확대에 비상

[트럼프 당선] 韓 반도체, 美 칩스법 보조금 '불확실성' 확대에 비상

데일리임팩트 2024-11-06 19:00: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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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현지 대규모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 탓에 미국 반도체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아래 미국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조건부 승인하는 등 자국우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투자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도 생겼다. 

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반대

6일(현지 시각)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로 결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지 여론과 통상정책 전망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현지 칩스법(반도체법) 적용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취소되거나 조건 등이 바뀌게 되면 계획된 반도체 사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앞서 국내 주요 경제 단체와 학계에서도 미국 대선 후 경제 시나리오를 전망하며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해리슨 공화당 대통령 후보 대신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통상 정책 등에 변화가 생기고 반도체 투자 지원도 미국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KIET(산업연구원)는 지난 10월23일 공개한 '트럼프 재선 시 통상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 당선시 미국 우선주의 강화, 대중국 압박 심화, 관세 인상, 미국의 이익에 기반한 양자 협상 추진 등이 예상된다"라며 "트럼프 2기 등장은 1기에 비해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통상정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진행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한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중국 압박과 함께 자국 투자 확대 수단이 늘어날 것"이라며 "칩스법상 가드레일 조항을 추가하거나 보조금 수령을 위한 투자 요건을 강화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 9조원, SK 6200억원대 보조금 아직 미지급

미국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은 아직 국내 기업에겐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때문에 보조금 지급 여부와 시기는 온전히 트럼프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출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출처

다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은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서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회사명이 언급되는 것조차도 꺼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트럼프의 통상정책 변화나 관련 움직임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대응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인텔 등 현지 기업뿐 아니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등 해외기업도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을 운영중이다.

국내 기업들 중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데 38억7000만달러(약5조4000억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4억5000만달러(약6200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을 짓는데 440억달러(약55조원)를 투자하고 64억달러(약9조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23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보조금 확정 후 투자 규모를 2배 이상 키웠다.  

보조금 확대 어려워, 조건 등 단서 붙을 가능성도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마음대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안을 취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딜사이트경제TV에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이미 미국 의회를 통과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자국법에 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보조금은 삼성, SK 뿐 아니라 대만 TSMC, 미국 인텔도 받는데 트럼프가 국내 기업에게만 보조금 주는 등 축소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간 보조금 대신 해외 기업들에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자진해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주장해 왔다. 다만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안 전무는 "결국 트럼프가 보조금을 축소하지 못하니 '관세를 물리겠다'라고 할 텐데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기업들도 비싼 돈 주고 국내 반도체를 사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축소 보다는 보조금 수혜 조건 추가와 세제 혜택 축소 등이 더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된다. 가령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지 투자 조건으로 25%의 세제혜택을 받기로 했는데 이 같은 조건이 조정되거나 혜택을 받으려면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하라는 단서가 붙을 가능성도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딜사이트경제TV에 "국내 기업들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는 결국 현지에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는 건데 국익에도 도움이 되기에 트럼프 입장에선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면서도 "다만 보조금을 더 확대하지는 않을게 확실하고 어느 정도 유지는 하되 다른 조건들이 붙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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