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명태균 충격파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내려 앉은데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현 정부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권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으나 이 와중에도 '또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일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난 뒤 '7일 대국민담화'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대국민담화를 건의했다는 사실을 한 대표는 다음날인 5일에서야 알게 된 것.
앞서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빈손 면담' 이후 윤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찬을 한 것을 포함하면 추 원내대표는 벌써 두 번째 대통령을 '독대'한 셈이다.
이에 한동훈 대표는 5일 "당은 대표가 중심"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추 원내대표는 6일 한 대표가 소집한 회의에 모두 불참하면서 당 대표 패싱 논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 패싱 정황이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쇄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경호, 4일 尹 만나 "소통 시기 앞당겨야".. 대통령실, 7일 기자회견 발표
대통령실은 4일 밤 늦은 시간 오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직접 통화 한 음성을 공개하자 여론이 크게 출렁이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다. 비슷한 시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현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원로, 시도지사협의회, 일부 친윤계들이 일제히 대통령실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며 관련 사실을 알렸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감안해 이달 말 성과를 발표하는 회견을 검토 중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윤 대통령이 여권 전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건의가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에게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청했고, 그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는 5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에서도 이런저런 말씀들이 계셔서 제가 어제 대통령실에 다녀왔다"라며 "(윤 대통령에게) 말씀을 전했고, '가급적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졌으면 좋겠다' (라고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에 11월 말경 (기자회견) 이야기가 나와서, 그거보단 훨씬 이른 시점이면 좋겠고 가급적 해외 순방 이전에 그런 기회를 가지면 여러 사안에 관해서 아마 국정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말씀드렸다"라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고심하시다 어젯밤에 7일에 하시는 것으로 최종 결심을 하셨다"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원내대표가 중심이라는 생각은 착각" 장동혁 "기분 좋은 상황 아닐 것"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한 대표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으면서 '당 대표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의힘 평생당원 초청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을 방문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패싱 아니냐는 지적엔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의 중심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당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착각이고 잘못된 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께서는 여러 분과 소통할 수 있고 또 다양한 분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담화를 어떤 경위로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밝히는 모습이나 그것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에서 변화된 모습이 있어야만 뭔가 새로운 모습, 담화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해서 담화를 하게 됐다'라는 건 국민들이 볼 때는 기존 모습과 달라진 건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입장에서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냐'라는 질문엔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 패싱은 지난달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이후 윤 대통령은 추 원내대표를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하며 당내 현안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86분간 면담을 하며 한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거부하기도 했다.
秋, 한동훈 소집 회의 모두 불참 "늘 함께 상의하고 있어"
이런 가운데 추경호 원내대표는 6일 한동훈 대표가 소집한 당내 중진의원 회동과 한 대표가 주재하는 '국방·외교 현안관련 긴급 점검회의'에도 불참했다. 추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들었으나 당 대표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이 '한 대표가 소집한 중진 간담회에 참석하느냐'고 묻자 "시간이 되면 갈텐데 다른 일정이 있다"며 "벌써 간담회를 많이 했기 때문에 중복해서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와 불편한 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불편한 기류가 있을 게 전혀 없다"고 답했다.
추 원내대표는 "불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는 전체적으로 상의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드리고 상의할 거고 당 대표는 필요한 얘기를 우리한테 전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이가 좋고 안 좋고 이런 타령을 할 때가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서 여러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라며 "늘 함께 상의하고 또 그렇게 해 나갈거다. 여러가지 억측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전혀 그런 면에서 걱정하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이후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주재하는 국방·외교 현안 관련 긴급 점검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보고해야 하는 다른 일이 있다"며 "한 대표가 중앙당에서 하는 것이고 기회 있을 때 나도 같이 한다. 자꾸 다른 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일정 있고 대표님은 대표님 필요에 의해서 하시는 회의니까 두 사람이 계속 (일정을) 같이하면 각자 일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 패싱 정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의 쇄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5일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까지 대통령실에 기자회견 준비하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한동훈 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더 안 할 것이라는 분위기"라면서 "대통령실이 당에 있는 의원들에게 용산은 한동훈을 당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것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원론적인 사과, 대외활동 자제, 그리고 여러 가지 국정 운영에 대해서 박차를 가하겠다 이 정도 수준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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