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개표 결과를 두고 각 정당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부정 선거 혐의를 제기하는 등 소송전은 이미 시작됐다.
분석가들은 이번 대선이 플로리다에서 수백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2000년 대선 이후 가장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정당의 선거 후 소송전 대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선거 팀에 수백 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분쟁을 예상하고 수년에 걸쳐 대응 초안을 작성해 왔다.
미국은 각 주마다 선거법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정당 모두 국내 전역에 변호사를 배치하고 지역 법원에서 소송전을 준비한다.
투표일 전에는 어떤 분쟁이 있었나?
각 정당은 투표일 전부터 여러 분쟁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더 많은 권한을 얻어 선거 결과 인증을 막지 못하도록 법원으로 향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우편 투표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직접 임시 투표를 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해당 법을 뒤집으려는 공화당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공화당은 투표일을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에서 재외 유권자의 투표 자격 여부와 유권자 등록 양식 수천 건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막판까지 다양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일을 앞두고 민주당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들을 미국으로 유인해 투표하게 만들었다는 주장과 펜실베이니아 선관위 담당자가 공화당 유권자의 우편 투표용지를 파기했다는 주장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잇달아 제기했다.
선거 후 법적 격전지는 어디일까?
올해 대부분의 법적 공방의 중심에는 펜실베이니아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펜실베이니아는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스윙 스테이트’로 19명의 선거인단 표가 배정된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지난 몇 주 동안 펜실베이니아주의 선거 제도에 대해 여러 이의를 제기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특이한 투표 제도는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를 키운다.
펜실베이니아는 사전 투표를 허용하지 않으며 선거 당일 개표하는 우편 투표만 가능하다.
우편 투표에서 유권자가 서명을 누락하는 등 실수를 범한 경우, 각 카운티는 해당 오류를 수정하게 할지 아니면 투표를 무효로 처리할지 자체 규정을 갖고 있다. 즉, 주 내에서도 투표의 유효성 여부가 다를 수 있고, 변호사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불만을 가진’ 유권자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검표·항소·소송을 통해 선거 결과 인증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3명 이상의 유권자만 모여도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투표에서 결과 인증이 몇 주씩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중대한 부정 투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런 방식의 이의 제기는 선거 결과 인증을 막기보다는 그저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주 법원들은 대선 결과를 공식 선언해야 하는 12월 11일까지 인증된 결과가 준비될 수 있도록 선거 집계에 대한 이의 제기 처리를 가속화했다.
2020년 대선 이후 발생한 법적 분쟁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표를 얻고 당시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232표를 얻어 바이든이 승리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된다. 선거인단은 보통 해당 주의 최다 득표자에게 투표한다.
투표일 다음 날 새벽 2시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했고, 공화당 진영은 미시간과 조지아에서 개표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트럼프 진영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권자의 신분 증명이 첨부되지 않은 우편 투표의 개표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캠프는 결과를 뒤집기 위해 도합 60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부분 부정 투표에 관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근거로 삼았다. 미국 대법원이 마지막 소송을 기각한 것은 투표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였다.
2000년 대선에서 진행된 법적 공방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와 당시 부통령이던 민주당 후보 앨 고어가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초접전을 펼쳤다. 열쇠를 쥔 것은 플로리다 선거인단 25명이었다.
부시는 플로리다주 유권자 투표 600만 표 가운데 단 1784표 차이로 승리했다. 차이가 너무 근소했기 때문에 플로리다 법에 따라 재검표가 필요했다. 이후 플로리다 주 전역의 여러 카운티에서 수작업으로 재검표가 진행됐다. 한 달 동안 개별 투표용지를 면밀히 검토했고 유효성에 관해 논쟁했다.
결국 미국 대법원은 추가 재검표를 반대했다. 고어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고 부시 후보는 537표 차이로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
당시 고어 후보는 미국 전체 득표율 48.38%를 확보해 부시 후보의 47.87%보다 앞섰지만 백악관에 입성할 수 없었다.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2000년처럼 선거 결과가 박빙이고 한 지역의 투표로 승패가 갈릴 때 법적 분쟁의 중요성이 가장 커진다고 말한다. 다만, 2020년처럼 결과가 명확해 아무리 소송을 진행해도 뒤집힐 전망이 없다면 법원에서는 소송을 기각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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