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승리하자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으로 꼽혀온 K배터리 업계가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업계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나리오를 따로 마련해 대비해온 만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K배터리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울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녹색 사기(Green New Scam)’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전기차 의무전환 정책과 IRA의 전면폐기를 약속한 바 있어 K배터리 업계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K배터리 기업의 주가는 급락하며 즉각 반응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7.02% 하락한 39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I는 5.98%, SK이노베이션은 4.64% 떨어져 각각 29만8500원과 11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K배터리 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아왔다. 덕분에 IRA 도입 이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의 투자도 이어졌다. K배터리 기업들은 IRA 시행 이후 미국 내 점유율이 높아져 2023년 점유율이 2022년 대비 6.2%p 오른 42.4%를 기록하며 일본(40.7%)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산업연구원이 이중차분법 등 계량경제학 방법론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IRA는 K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최대 26%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K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해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기존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혜 차종 숫자를 줄이거나 내연차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전기차 보급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K배터리 기업들에게 부담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대해 아무런 효과 없이 미국인들의 세금만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터리 생산설비들이 공화당 우세 지역에 상당수가 밀집돼 있어 IRA 폐지보다는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연차 배기가스 규제와 연비규제들이 완화되면서 미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K배터리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IRA 효과와 시장성장 가능성을 반영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활발히 추진해 왔다. K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총 생산능력은 2023년 117GWh(기가와트시)에서 2027년 635GWh로 증가할 전망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정책의 방향성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배터리 공급망 위험도 증가할 전망이다. 대(對)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하며 무역장벽을 강화해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산업연구원은 K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생산 거점에서 수산화리튬, 천연흑연 등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다만 중국산 광물, 소재 사용이 불가피한 품목들은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일부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황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친환경 기조가 후퇴하고 현재 배터리의 주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전기차 외에 추가 수요 창출이 가능한 ESS, UAM, 전기선박 등에 대한 비즈니스모델 창출과 연계기술 개발 지원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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