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선배의 '첫 여성 대통령' 등극 기대한 학생들로 캠퍼스 가득
개표 시작되자 탄식 이어져…해리스 연설도 없이 허탈하게 해산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인 워싱턴DC의 하워드대학교는 5일(현지시간) 축제 분위기에서 침묵과 탄식의 공간으로 급변했다.
대선 당일인 이날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파티가 열린 미국의 대표적 흑인 명문대 하워드대는 행사 시작 수시간 전부터 교정에 모여든 이 대학 학생들을 포함한 지지자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오후 9시부터 개표 결과를 함께 지켜보는 파티가 시작하는 것으로 공지됐지만 오후 6시께 이미 행사장 입구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형성 돼 있었다.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승리의 순간을 만끽하길 기대하며 모인 지지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 두어시간 전부터 교내 잔디밭에서 군무를 즐기는 등 흥에 겨워했다.
특히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는 여학생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학교 졸업생 선배가 그 역사를 쓰는 순간을 함께 할지 모른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이 학교 정치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흑인 여성 레이첼 씨는 "그녀(해리스)가 하워드대학을 다닌 흑인 여성이라는 점이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소개한 뒤 "나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 아흐마드(26) 씨는 "해리스 부통령이 오늘 밤 안에 승리를 결정지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며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개표가 빨리 진행된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반부터 앞서 나가자 현장 분위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청중들은 침묵 속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전광판을 통해 전해지는 결과를 주시했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경합주 열세가 계속 이어지자 점점 표정이 굳어져갔다.
결국 자정을 넘긴 시각, 해리스 대선 캠프 세드릭 리치먼드 공동의장이 "아직 집계할 표들이 더 남아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 연설하지 않으며 내일 연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지지자들은 대부분 아쉬움 속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아직 개표는 한창 진행중이었지만 잔치는 끝난 듯한 분위기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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