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침 맞고 공진단 먹고…수능대박 열의만큼 뜨거운 '몸 관리' 열정

머리 침 맞고 공진단 먹고…수능대박 열의만큼 뜨거운 '몸 관리' 열정

르데스크 2024-11-06 16:02:56 신고

3줄요약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의원을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극심한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치료부터 장시간 책상에 앉아서 생긴 목·허리 통증 등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까지 한의원을 찾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치료 목적 외에도 사고력이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침 치료, 체력증진에 효과 있는 한약 처방 등을 위한 한의원 방문도 크게 늘었다. 아예 일부 한의원에선 침 치료와 공진단, 한약 등의 처방을 합친 '수험생 전용 프로모션'을 내놓을 정도다.

 

대치동 한의원 10곳 중 4곳은 학원가 위치…성적향상 위해 머리에 침 맞는 수험생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의원은 59곳이다. 이 중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한티역으로 이어지는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의원 수는 25개에 달한다. 대치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의원 10곳 중 4곳이 학원가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유명학원 옆에는 한의원 여러 곳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대치동 학원가를 대표하는 시대인재학원 건물 옆에는 한의원이 무려 3곳이나 존재한다.

 

대치동 시대인재 본관 앞에서 만난 이수아 씨(17·여)는 "오랜 시간 한 자리에만 계속 앉아 있다 보니 허리 통증과 함께 종아리가 계속 퉁퉁 붓는다"며 "증상 완화를 위해 허리와 종아리 등에 침을 맞는데 한의원이 학원 바로 옆에 있어서 시간도 절약되고 방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받는 그 순간에라도 머리를 비우고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이제는 한의원 방문 자체가 하나의 스케줄이 됐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한의원 입구. ⓒ르데스크

 

대치동에 위치한 한의원들은 인근 학원가의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치동 소재 A한의원은 '학원전침(學院前鍼)'이라는 이름의 침술 특허까지 받았다. A한의원 관계자에 따르면 침술은 정수리에 위치한 백회혈과 신회혈에 침을 꽂는 방식으로 혈액순환과 두통완화, 사고력 및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 해당 한의원에선 자녀 학원 스케줄을 관리하는 대치동 학부모들을 위한 '학원중침(學院中鍼)'이라는 침술도 처방하고 있다. 학원전침·학원중침의 처방 비용은 회당 2만원 후반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만난 학부모 정현진 씨(53·여)는 "올해 수능을 보는 아이가 수능일이 가까워질수록 집중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이유 모를 두통이 계속된다고 해서 머리에 침을 맞으러 같이 갔었다"며 "머리에 침을 놓는다는 것 자체가 엄마 입장에선 불안하긴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다 해줘야한다고 생각해 결국 아이 요구를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기억력이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두통이 확실히 덜 하다고는 말해 이후에도 몇 번 한의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대치동 소재 B학원 강사 김진우 씨(29·남)는 "수능 날짜가 다가오면서 단과 중간 쉬는 시간에 머리에 침을 맞으러 가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정수리에 침을 맞고 나면 머릿속의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 강하게 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머리에 침을 맞고 난 뒤에 성적이 극적으로 오르는 학생은 사실 거의 보지 못했다"며 "기억력, 사고력 등이 극적으로 좋아졌다고 하기 보단 심리적 치료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한약 '수험생 만병통치약'처럼 인식…한 알에 10만원 넘는 공진단도 불티

 

침술뿐 아니라 경옥고, 공진단 등 체력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도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한약을 안 먹어본 학생을 찾기가 더욱 어려울 정도였다. 경옥고와 공진단은 동의보감에 소개된 무병장수를 위한 한약의 일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핵심재료 부분에서 경옥고는 인삼, 공진단은 녹용과 사향으로 큰 차이를 지닌다. 

 

▲ 대치동 소재 한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경옥고. ⓒ르데스크

 

경옥고는 시럽 형태로 만들어져 복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 또한 공진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치동 소재 한의원에서 판매되는 경옥고는 한 포당 평균 5000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30포 기준 15만원 수준이다. 물론 성분에 따라 가격은 상이하다. 공진단은 동의보감에서 언급된 3대 명약 중 하나다. 첨가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대치동 소재 한의원에선 1환 당 평균 5~7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성분에 따라 1환에 10만원이 넘는 공진단도 존재한다.

 

학부모 이은영 씨(51·여)는 "성공적인 인생의 첫 단추인 수능을 앞두고 있는 아이에게 최대한 몸에 좋은 것만 먹이려고 한다"며 "수능을 한 달 앞두고는 아이에게 100만원짜리 공진당 한 팩(10환)을 주기적으로 먹였는데 효과가 제법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 수험생 학부모들 중에 아이에게 공진단을 안 먹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성적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혜담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면 경옥고는 꾸준한 복용을 통해 체력을 점진적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공진단은 단기간에 체력을 확 끌어올려주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며 "두 한의약 모두 효험이 있지만 같은 약이라도 사람마다 효과도 다르고 부작용 역시 상이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비싼 제품이 좋다는 생각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의원의 침술은 질병을 치료하고 심리적 완화를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의술에 의존하는 것은 자칫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한의원을 자주 찾는 것은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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