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가운데)에게 시구 지도를 받은 현대건설 양효진(오른쪽)과 강성형 감독이 7월 13일 광주 SSG-KIA전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54)은 5일 수원 페퍼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취재 열기에 놀라워했다. 기자회견장 문을 열자, 평소보다 서너 배 많은 취재진이 있어서였다. 비시즌 전력 보강으로 남다른 기세를 보여준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현대건설에 도전하는 경기였다. 관심도가 높을 만했다. 그런데 강 감독은 당황하기보다는 “야구 시즌이 끝났나 보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KIA 타이거즈가 우승했다’는 말에 “나와 (양)효진이가 시구, 시타 하러 가지 않았는가. 우리에게 기를 받지 않았겠나?”라는 농담까지 건넸다.
●‘ V3’ 기운으로 ‘ V12’
현대건설은 7월 전남 무안에서 전지훈련 일정을 모두 마치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강 감독과 선수단은 야구경기 관람으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 현대건설과 KIA가 모두 현대자동차그룹 스포츠단 소속이어서 뜻깊은 기회까지 얻었다. 7월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 앞서 양효진이 시구, 강 감독이 시타에 나섰다. 당시 KIA는 “2023~2024시즌 통합우승팀이자, V3를 이룬 기운을 우리에게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날 양 팀 사이에선 기분 좋은 덕담이 오갔다. 강 감독에게 사인볼을 받은 KIA 주장 나성범은 “우리에게 우승 기운을 주셨다”며 기뻐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시절부터 양효진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KIA 양현종은 직접 시구를 지도했다. 양효진은 “(양현종에게) 우승 축하 연락도 받았다. 보상이 얼마나 되는지 묻더라(웃음). 꼭 우승하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강 감독 역시 “우리가 (지난 시즌) 13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뤘다”며 “기운을 전달하려고 응원 왔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KIA는 V12를 이뤘다.
2023~2024시즌 챔피언 결정전 당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왼쪽)과 양효진. 사진제공|KOVO
●‘ V12’ 기운으로 ‘ V4’
현대건설은 4번째 챔프전 우승을 겨누고 있다. 9월 KOVO컵 우승으로 초석은 마련했다. 앞서 2019, 2021년 역시 KOVO컵 우승에 이어 정규리그 1위까지 내달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리그 우승 타이틀을 얻진 못했다. 올 시즌 통합 2연패에 이어 구단 최초 트레블 달성으로 아쉬움을 모두 풀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현대건설은 현재 2위(4승1패·승점 11)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4연승을 거뒀다. 이 기간 물오른 경기력이 돋보인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 보강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대건설이 최대 강점으로 꼽는 팀워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강 감독은 “지난 시즌 역시 이 선수 구성으로 시즌을 치렀다. 흔들리는 시기는 있었지만, 극복했다”며 “최근 연승을 달렸지만, 더 좋은 경기 내용으로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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