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자금난 지속…재정 지원 촉구"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코로나 사태 당시 엄마가 부산의료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유치원생인 자녀가 학원 등원을 거부당한 일도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금난에 임금 체불은 물론 취약계층 사업조차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부산시 산하 대표 공공의료 기관인 부산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도를 회상하며 6일 이렇게 토로했다.
A씨는 "백신조차 나오지 않아 사태가 엄중했던 시기 보조 인력조차 많이 투입할 수 없어 의료진들이 코로나 치료는 물론 쓰레기 처리, 기저귀 교환 등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다"며 "코로나 사태는 진정됐지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료진도, 병원 경영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 2월 부산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부산의료원은 당시 일반 환자들을 모두 민간 의료기관으로 이동시킨 뒤 감염병 환자 치료와 관련 업무 수행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후 의료진 중 수익 창출 비중이 높았던 외래 전문의들이 병원을 떠난 데다가 외래와 입원 환자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현재 부산의료원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4년간 수입 감소 누적액은 974억원에 달한다.
병상 가동률 역시 40%대에 그쳐 전국 지방의료원 35개소 중 최하위권인 34위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산본부 관계자는 "비상 긴축에 들어가면서 운영 예산 삭감, 인력 감축, 정원 축소, 2개 병동 폐쇄 등을 시행해 현장 근무 여건이 악화하고 진료 서비스 질이 저하됐다"며 "급기야 3월에는 외부 금융자금 100억원을 빌려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했지만, 6월에는 이조차 버티지 못하고 임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이번 달 월급은 제대로 나올지 모든 직원이 우려하고 있다"며 "공공병원에서 적정 인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돌아가는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코로나 영웅'으로 일컬어지던 직원들 역시 각종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여러 보호 장비를 착용하다 보니 여름철에는 마스크 위로 떨어진 땀이 코까지 차오르기도 했다"며 "너무 힘들어 간호사들끼리 모여 엉엉 울었던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간호사 B씨는 "의료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공공병원에서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티는 사람들"이라며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사업조차 폐지되면서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의료진들은 부산의료원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타지역처럼 긴급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경기도의료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병원 정상화 TF'를 발족한 뒤 9월 긴급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내년 출연금을 올해 대비 250% 올린 635억원 책정했다.
부산의료원과 비슷한 규모의 지방의료원이 있는 인천과 대구도 행정·재정적 지원으로 병상 가동률을 70% 이상 회복했다.
노조는 부산시가 긴급 추경 예산을 편성해 시설 설비와 관리 비용 등 기본적인 운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의료사업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시가 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운영한 TF 협의체에서는 예산 지원이 아닌 자구책 마련이 논의됐다"며 "적자가 계속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 공공의료 구축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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