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사실을 파악하고 관계기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 진정사건에 대해 국무총리 등 관계기관에 대해 제도 개선 권고가 전날 결정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어촌 지역의 단기·계절적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 도입된 제도다.
인권위는 한국 A지자체와 필리핀 C시 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피해자들이 중개업자에 의한 여권 압류, 임금 착취 등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것으로 봤다. 이에 이 같은 피해를 초래하게 된 제도의 허점과 관계 기관의 관리 및 감독 부실 등 문제를 지적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법무부, 관련 지자체 등에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를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관련 단체와 함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절근로자 모집과정 및 인권침해 실태 모니터링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사건을 접수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A지자체는 인력 송출 중개업자를 통해 필리핀 등 외국 지자체들과 계절근로자 송출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별도 법적 근거 없이 법무부의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해당 지침은 업무를 사인이나 단체에 위임하는 것을 양해각서 체결 취소가 가능한 중대 위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A지자체는 주요 업무 과정을 중개업자 B를 통해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계절근로 홍보 행사에서 B가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설명을 듣고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이 업체가 요구하는 대출 및 연대보증 서류,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한국 체류기간 동안 여권을 본인이 소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한국 통장 개설 시 월 75만원씩 B에게 자동 이체되도록 설정해 월급 입금 날 자동으로 송금되기도 했다.
A지자체는 근무현장을 지도·점검하기 위해 농가를 방문하면서 중개업자 B를 여러 번 대동했고, 이후 실태조사 결과 A지자체에서는 임금착취 49건, 통장압수 7건, 근무처 변경허가 위반 1건, 임금체불 1건, 폭행 1건 등이 보고됐다.
A지자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필리핀 C시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B에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를 계기로 인권위는 국무총리에 대해 △계절근로자 제도가 농어촌 노동력 확보를 위한 제도인 점을 고려해 정책 수립 및 제도 운영의 주무부처를 조정할 것 △제도 운영의 일관성·지속성을 담보하고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 △민간 중개업자 개입에 따른 인신매매 등 피해 예방을 위해 제도 공공성 강화 등이 포함된 권고를 전달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피해자 등에 대해 향후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계절근로자의 노동권 등 인권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안내서 등을 통해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을 요청했다.
군수 및 광역지자체장에 대해서는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 및 조치사항을 공개하고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 운영 과정에 중개업자의 개입을 배제하고 사업의 직접 수행을 위한 인력보강 등 구체적 방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사례와 같이 중개업자가 각 지자체의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에 깊이 관여하며 계절근로자들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바라본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들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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