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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전자의 일상은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매일 균형을 잡는 도전이다. 차에서 내리고 휠체어를 꺼내는 일조차 큰 난관이 된다. 좁은 주차구역, 닿지 않는 트렁크 버튼, 장애인이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없는 표식 부재까지 넘기 어려운 벽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느꼈던 잠깐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도전이다. 두 발과 두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해도 그들의 이동권은 모두와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한데 현실은 권리조차 매 순간 도전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장애인 운전자가 넘어야 할 벽을 조명하고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독자와 나눠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장애인 운전자 이동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BF인증제도의 한계, 모든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시설의 개선 부족, 사회적 문제의식이 함께 고찰돼야 한다고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는 지적했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도모하기 위한 근거 법령, 인증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 장애인 운전자는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순간부터 하차 후 건물까지 출입하는 데 느끼는 불편함이 여전하다. 모든 건물이 법령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내엔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설치 기준이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17조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면적은 주차면의 최소 폭 3.3m 이상, 길이 5m 이상이어야 한다. 일반 차량의 주차 면보다 넓게 설정해야 하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차량에서 내리고 탈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출입문은 회전문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문을 설치해야 한다. 미닫이문은 가벼운 재질로 하고 턱이 있는 문지방이나 홈이 있으면 안 된다. 여닫이문에 도어체크를 설치할 때는 문이 닫히는 시간이 3초 이상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자동문 또한 휠체어 사용자의 통행을 고려해 문의 개방 시간이 충분하게 확보돼야 하며 개폐기의 작동장치는 가급적 감지 범위를 넓게 해야 한다.
장애인 운전자의 이동권 편의를 위해 주차장, 출입구 등 건물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도 운영 중이다.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Free) 인증제'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인증 제도다. 장애인 주차구역뿐만 아니라 건물·시설 전반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BF인증은 지난 2008년 7월 완전한 자율 제도로 시작했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차별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최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상대적으로 장애인등편의법보다 적용하기 어렵다 보니 초반엔 자율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의 '의무 제도'로 도입하고 공공에서 먼저 이끌어간다면 좋은 제도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공공부터 의무 도입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법제화로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 증축, 개축하는 건축물은 의무적으로 BF인증을 받아야 한다. 민간 시설은 BF인증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 다만 2021년 12월 이후 짓는 건물들 한해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혹은 지하철과 연계된 건물인 경우 민간 건물도 인증 의무 대상이다. 평가 항목은 △매개 시설 △내부 시설 △위생시설 △안내시설 △기타 시설 등이다.
다만 민간 시설의 BF인증 확산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인증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 시설의 시설주가 인증 신청을 하는 경우 수수료 감면, 필요한 금융 지원과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증을 받은 시설 중 민간 시설은 약 3%에 불과해 인증제도의 확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BF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 부장은 "민간 시설도 의무화되면 좋지만 장애인등편의법은 대부분의 건축물에서 적용되는데 아주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받는다. 반면 BF인증제도는 어떤 시설을 설치할 때 시설 이용자 모두에게 최대의 접근성을 확보해 주고자 함이다. 따라서 규모와 용도가 다양한 민간 부분에 (BF인증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소규모 사업자·건물주 등은 그에 맞춰 설계·시공하는 게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득 볼 게 없다. 건물이 작을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규제의 측면이 강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공공에서 저렇게 잘하고 있어서 우리도 따라가야겠다'와 같은 자발적 참여 유도가 우리 사회를 훨씬 더 수준 높게 만든다고 본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가더라도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제도가 마련되는 등 정책상 개선이 되어도 장애인 당사자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경제신문이 10월 2일부터 10월 18일까지 장애인 운전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장애인 운전자는 주차장에서 건물로 이동할 때 무겁고 좁은 출입문이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주차 공간에 대해선 72.7%가 장애인 주차 구역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57.6%는 일반 차량이 불법으로 주차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차 구역과 건물 출입구 간 연결 부족(27.3%) 역시 주차와 이동 간의 큰 단점으로 꼽혔다.
장애인 운전자가 이러한 불편함 느낀 장소는 민간기업 건물이 54.5%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공공기관(시청, 구청, 주민센터 등) 42.4%, 상업시설(백화점, 쇼핑몰, 마트 등) 39.4%, 주거시설(아파트, 빌라 등) 36.4% 순으로 나타났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관철 성동느티나무자립센터 센터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성수동 뚝도시장을 자주 가는데 시장에는 노상 주차장이 있다. 그 주차장은 성동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공용 주차장이다. 그런데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 없다. 노상 주차장은 장애인등편의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에 갈 때마다 일반 주차구역에 댄다. 옆에선 차가 쌩쌩 다녀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건물에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도 적치물을 갖다 놓는 등 하역장처럼 다루는 곳이 많다. 불법인데도 장애인이 없으니 잠깐 놓는 것도 안 되냐는 식이다. 그만큼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출입구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규정상 제일 가까운 곳에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안 그런 장소가 아직 있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본 건물이 아닌 주차장에서 나가는 출구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주차구역과 연결된 주 출입구에 대해서도 "출입문의 경우 휠체어, 목발 이용자들은 문을 안으로 당겨야 할지, 전동휠체어로 밀어야 할지, 목발로 어떻게 기대서 열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을 문 앞에서 하게 된다. 자동문이 아니면 출입하기 힘들다. (여닫이문은) 누군가 나오거나 열어주기를 기다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건물 등 일상생활에서 장애인 운전자로서 돌아다녀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조금만 고치면 될 텐데 인식이 왜 이렇게 부족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법으로 규정돼 있으니 설치는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인지에 대한 의식이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인순 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장애인등편의법에 의한 출입문 설치 규정에 문의 무게에 대한 규정은 없다. 공공시설 중에서도 민원실 같은 장소는 출입문 중 최소 한 곳은 자동문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외 모든 건축물은 자동문 설치가 권장 사항이다"라며 "다양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문의 무게 규정이나 자동문 설치에 대한 규정 등은 향후 정책적으로 논의해야 할 숙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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