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정부가 올해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설립하면서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정부가 설정한 우주 강국 실현 시점은 2045년으로 아직 20여년 이후의 일이지만 가까운 시기 군용 위성이 기업들의 수주 및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과 민-군 공통 우주소자 및 부품’ 표준·인증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간과 군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이 있어야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주도 우주산업의 생태계 구축을 가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은 정부가 이끄는 올드스페이스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2년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2045년엔 화성 탐사에 성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우주 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장은 군용 위성에 주목하고 있다. 군용 소형 위성의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군용 위성이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업무협약과 관련해 방위사업청 석종건 청장은 “방사청은 작년 ‘군 정찰위성 1호기’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앞으로는 초소형 위성 체계를 개발해 우리 군의 독자적 감시 정찰 자산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소형 위성 개발수요가 급속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우주산업의 표준 및 인증체계 구축은 기술, 안전, 품질 등의 기준을 통일해 우주 부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군용 위성 수요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뉴스페이스 전환을 위한 토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군용 위성 수요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수단 무력 분쟁 등의 여파로 국방력 높이는 나라가 많아졌고 실제 군사 위성 활용도 올랐지만 한국의 경우 군 전용 인공위성의 보유 수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어 국내에서도 군 위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른 다양한 위성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군용 위성의 활용성은 이미 다양한 전쟁 상황에서 실제로 입증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을 체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군 소요에 대응한 다양한 인공위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군 소요에 발맞춰 다양한 사업을 수행,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고 실적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뉴스페이스 전환에 자연스럽게 대비하게 되며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용 위성 시장 확장이 예상됨에 따라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이노스페이스, 인텔리안테크 등의 기업에 대한 주목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화시스템은 이미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체 4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425 사업을 수행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OneWeb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주한 군 네트워크 신속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향후 한국군의 저궤도 위성 통신 체계 구축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쎄트렉아이가 2025년 발사할 ‘SpaceEye-T’는 EO(전자광학) 위성 중 가장 높은 해상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Maxor의 ‘World View-3’와 비교했을 때 무게와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연료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텔리안테크는 소형화, 대량생산이 가능한 평판형 안테나를 통해 향후 급격하게 늘어날 군용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소형 SAR 기술을 활용해 B2G, B2B용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환경 모니터링, GIS(지리정보체계) 지도 제작을 위한 데이터 분석, 위성 영상 정보 자동 융합·분석 등 위성 서비스 시장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소형 SAR 위성 기술을 활용해 향후 민간 주도의 위성 개발·서비스뿐만 아니라 제조·발사·관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K-우주산업 대표 위성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군 위성 수요 증대로 개별 기업의 성장하는 한편 우주산업이 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군용 위성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면 기술적 역량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를 통해 경험과 실적을 쌓아 우주산업은 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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