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녀와 연하녀 중 누구와의 섹스가 더 좋을까? 오빠들과 동생들의 답변을 듣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실력이 전부는 아니다. 그럼 무엇이 남았을까?
처음 섹스하는 남자들 중 일부는 누나들에게 신세를 진다. 나도 그랬다. 연륜 있는 누나는 연하보다 잘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마냥 누나와의 섹스가 좋은 건 아니다. 섹스의 숙련도는 선호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온전히 취향에 비례한다. 지배적이고 싶은 남자는 연하를 좋아했고, 가르쳐주기 귀찮은 (나이 좀 있는) 남자는 자신보다 잘할 것 같은 누나에게 끌린다고 했다. 답변도 그 이유도 제각각. ‘연상 혹은 연하’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한 이 졸렬한 질문에 남자들은 머리를 쥐어 싸매면서 대답했다. 취향 없어 보이는 남자도 이 질문엔 분명한 대답을 했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였다.서른두 살 회사원 강진욱의 술잔은 양철판 책상에 부딪쳐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섹스가 요즘 너무 귀찮아. 나 어떡하지?” 애잔하지만 오만한 고민은 강진욱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했다. 습관적으로 귀 뒤로 깔끔하게 쓸어 넘기는 머리, 덥수룩한 느낌을 고수하는 관리된 수염. 강진욱은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현재 패션회사 마케팅팀에 재직 중이다. 그는 연상과 연하 중 누가 더 좋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잘하든 못하든 나는 누나가 끌려. 연하랑 하는 섹스는 어느 순간부터 일처럼 느껴져.” 일처럼 느껴진다라. “연하들은 어디까지 해도 된다는 상한선을 모르니 나는 시험을 보듯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며 섹스해야 돼. 그게 나한테는 스트레스로 다가와.”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다는 뜻일까? “그렇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는 여자들은 아주 얇은 도자기처럼 예민해져. 원래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루기도 어렵고. 스치기만 해도 상처 입는 존재들. 서른 살 여자는 서른다섯 살 남자를 만나면 그렇게 되고, 마흔인 여자도 쉰을 만나면 그렇게 될까?” 쉰 살 남자가 마흔 살 여자와 섹스하는 상상을 잠깐 하는 사이 강진욱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나이가 나보다 많기만 하면 돼. 어차피 연상이 잘한다는 건 편견이지만, 이유 없는 편견은 없다고 생각해. 우선 연상이라면 ‘나만큼은 하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어. 그게 좋은 거지.” 편안한 섹스도 좋은 섹스가 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이 먹으니까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더라고. 편한 게 좋아. 나는 편한 게 좋은 거야.”
그럼 20대 초반에는 달랐을까? “20대 초반에도 누나가 좋았고, 중반도 후반도 그랬네.” 이 남자는 편안함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이유는 다 달라. 초반엔 누나가 가르쳐주는 게 좋았고, 중반이나 후반엔 누나가 나보다 더 능숙해서, 지금은 누나가 편해서 좋지.” 그럼 연애도 누나와만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또 다른 이야기지. 연애하면 연하든 연상이든 상관없이 다 여자가 돼. 섹스와 연애를 구분해야 연상 연하 섹스를 말할 수 있어. 그거 감안하고 물어본 거 아닌가?” 강진욱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딱히 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수는 없는. “한 50번 정도 하면 연상-연하의 경계는 없어지는 것 같아. 이 자세 다음엔 저 자세, 다음엔 그 자세. 그리고 몇 분 하다가 싸고 끝나는. 루틴 안에서 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연인이랑 하는 섹스가 제일 좋았는데, 연인을 만들기가 힘드네.” 왜일까? “주변에 매력적인 누나가 없어.” 강진욱은 한탄과 함께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공허하다 공허해.”
“누나는 한 명밖에 안 해봤어. 아니다, 두 명이구나.” 이번에도 고등학교 동기 김준수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강진욱에겐 연상과 연하 중 누가 더 좋냐고 물었지만, 김준수에겐 ‘누나와 여동생’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쓴다고만 말했다. 그러자 김준수는 대뜸 누나와는 한 명밖에 해보지 않았다고, 아니 두 명과 해봤다고 고백했다. “한 번은 첫 경험, 다른 한 번은 연애. 근데 연애할 때도 연상 연하 따라 섹스가 다른가?” 강진욱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런 그는 연하가 좋다고 말했다.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어린 여자랑 하는 섹스가 좋은 걸까? “나는 ‘오빠’ 소리가 좋아. 지배한다는 느낌을 느끼고 싶거든.” ‘오빠’라는 단어가 좋다면, 누나도 오빠라고 불러줄 수 있지 않나. “경험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여자가 자신보다 어린 남자에게 ‘오빠’라고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그런 페티시가 있거나, 전 연인들이 주로 오빠였거나, 아님 남자들이 그런 호칭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거나. “그래서 그런 여자랑은 섹스는 해도 연애는 못 할 거 같아. 나는 생각이 많거든. 나이 많은 여자가 섹스할 때 나한테 오빠라고 한다? 어우 머리 아파.”
“아주 옛날에, 그러니까 중학생쯤에는 연상에 대한 환상이 있었지.
나를 완전히 주무르거나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
누구는 애써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하는 여자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하던데. “능숙함 자체는 좋지만, 그런 섹스보단 내가 가르치는 섹스가 좋아. 나는 기꺼이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어.” 섹스가 잘 가르친다고 잘 배울 수 있는 영역이긴 할까? “배운다기보단 적응하는 쪽이지.” 그건 가르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싫어하면 하지 말라고 하겠지. 한 번 해보고 놀라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으면 그다음에도 하는거지.” 가학적인 플레이 같은 걸 말하는 걸까. “그것도 좋아하고.” 여자들, 특히 경험해보지 못한 연하라면 질문이 많아질 거 같은데? “종종 물어보지 왜 그렇게 하냐고. 그럼 나는 ‘이유가 있어야 돼?’ 하고 다시 물어. 그럼 ‘미친 새끼’ 하고 웃지. 진짜 싫으면 빼라고 하지 않을까?” 빼라.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빼라고 할 정도로 과감한 시도는 나이 먹을수록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김준수는 종종 듣는 말이고, 그걸 즐긴다고도 했다. “그래서 더 보수적인 여자가 좋아. 잘 못하고, 잘 모르는.” 하지만 요즘 애들 너무 잘 알고 잘하지 않나? “시대 반영해서 ‘비교적’ 보수적인 여자지.” 열려 있는 증권맨 같은 답변이었다.
앱 개발자 권석준은 이제 스물여섯이다. 그는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가 할 법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어린 게 최고야. 잘하는 거 못하는 거 상관없이.” 권석준은 자신의 재빠른 코딩 실력처럼 질문에 대한 답변도 시원하고 명료하게 했다. “아주 옛날에, 그러니까 중학생쯤에는 연상에 대한 환상이 있었지. 나를 완전히 주무르거나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나이 먹고 어느 정도 하면 다 어느 수준에는 이르는 거. 환상은 내가 갖지 못했을 때가 환상이지, 가졌을 땐 아무것도 아니잖아.” 어린 여자, 그러니까 연하가 좋다는 이유를 환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권석준의 의견은 예상외로 설득적이었다.
“어렸을 땐 나보다 잘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 당연히 좋았지. 근데 나이 먹을수록 섹스를 능숙하게 해서 좋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여자는 만나기 힘들잖아. 다 거기서 거기지. 새로운 섹스를 만나는 여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고. 예상할 수도 없는 반응. 요즘은 그런 게 더 환상적이야.” 섹스 자체를 잘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일까? “내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지. 잘하는 여자를 원했다면 누나를 찾아갔겠지만, 나는 잘하는 여자가 아니라 나보다 못하는 여자가 좋아서 이 여자와 하는 거니까. 처음 하는 자세에 대한 두려움, 어색함을 나타내는 표정을 보는 게 더 야해.” 30대, 40대, 50대도 20대를 좋아한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그건 당연한 얘기지. 때 안 묻은 느낌. 남자들이 그런 여자를 원하는 건 몇천 년 전에도 그랬을걸?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밤샘 작업을 하느라 몸이 망가진 권석준은 요즘 잘 안 선다는 고민을 비쳤다. “그래서 나한텐 잘하는 여자보단 야하게 느껴지는 여자가 필요할 수도 있고.”
리드하는 연상의 여자가 섹시하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리드하는 누나가 좋은 남자는 섹시하게 느낄 거고, 그게 부담스러운 남자는 그런 여자 별로 안 좋아할 것이다. 연하도 마찬가지. 잘 모르는 연하가 답답할 수도 있고, 그런 게 귀엽고 더 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저 기호의 영역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김부선이 연기한 그런 여자도 진짜 누구에겐 취향일 수도 있다. 신체적 나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이다.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누나, 또 다른 누구가에게는 연하다. 그러니 연상이 어떻고 연하가 어떻고 하는 건 판타지 영역에 가깝다. 스물다섯 이하의 여자만 고집하는 디캐프리오의 신념은 한때 미소년이었던 중년 배우의 판타지 지키기일 뿐이라는 말이다.
* 기사에 등장한 모든 인물의 이름과 직업은 가상으로 바꿨습니다.
2024년 11월호
Editor : 주현욱 | Words : 백윤준(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주)서울문화사, 출처: 아레나 옴므 플러스> (주)서울문화사 무단 전재·복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