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은 위험하고 원정 낚시는 최악. 금요일 밤에 헬스클럽 가는 남자가 진국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이상적인 애인의 취미는 무엇일까. 운동, 게임, 낚시, 모터사이클, 각기 다른 취미를 즐기는 애인을 둔 여자들에게 물었다.
Fishing
“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어요. ‘낚시하는 남자 만나지 마라.’ ”
남자친구가 낚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결국 그 길로 가는구나. 만나지 말라는 그 남자를 내가 만나는구나’ 생각했죠.” 이유진(대학생, 26세)은 캠퍼스 커플이다. 처음에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속된 그의 구애에 마음을 열었다. “남자친구도 원래 낚시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동기들이랑 가끔 낚시를 가는 정도? 원래는 취미가 아니었던 거죠.” 교제를 시작한 뒤 본격적으로 낚시에 빠진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낚시하러 갔다. “저는 자려고 누워 있는데 새벽에 대뜸 ‘나 낚시 갔다 올게’ 이렇게 연락이 와요. 지금 날씨가 좋아서 물고기들이 활발할 것 같다고요.”
이유진은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었다. “저는 그냥 다녀와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초반에 물고기를 잡지 못했을 때는 한 마리 잡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밤낮 낚시하러 나갔어요. 하루 종일 노력하다가 안 잡히면 엄청 슬퍼하고요. 스스로 너무 답답해서 운전대를 잡고 운 적도 있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진심을 느꼈죠. 내가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낚시를 함께하기도 합니까? “저는 몇 번 가봤는데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없고. 그래도 같이 가면 상대방이 기뻐하니까 그게 좋은 거죠.” 낚시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처음 남자친구가 본인의 힘으로 물고기를 잡았을 때 영상 통화가 온 거예요. 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이었는데 이건 꼭 봐야 한다기에 전화를 받았더니 물고기 들고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그때 매장 안에 손님이 계셨는데 ‘이렇게 기뻐하는데 나도 같이 기뻐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저도 같이 춤을 췄어요.” 그녀는 넓은 이해심뿐 아니라 다정함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궁금해해요 아무래도 20대 중반 나이에 흔한 취미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전 이상적인 취미라고 생각해요. 제 애인은 낚시를 시작하고 나서 굉장히 차분해졌거든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나이스한 취미 아닌가요?”
Game
“ 게임 회사들이 새로운 기기를 내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어요.”
3년째 연애 중인 박미루(카페 매니저, 30세)의 불안은 애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데 있지 않다. 그녀의 라이벌 상대는 신작 게임이다. “출시일이 언제인지 한 달 전부터 저한테 얘기하는데 전 그때부터 불안에 떨기 시작해요. ‘이번엔 또 얼마나 할까?’ 전 그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거든요. 저와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웠으면 해서요.” 그녀의 남자친구는 게임 마니아다. 그는 나와도 아는 사이로 종종 게임을 함께 즐긴다. 컴퓨터로 하는 게임부터 콘솔게임, 보드게임까지 가릴 것 없이 즐긴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잘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도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썸을 탈 때에도 뭐 하냐고 물어보면 늘 게임한다고 대답했거든요. 자기는 집에서 게임만 한다고요.” 그다운 솔직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 건설적인 취미는 아니다 보니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까.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것도 아니니까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박미루는 대답하며 묘하게 말끝을 흐렸다.
“근데 요새는 저와 생활 패턴이 달라요. 저는 오전에 근무해서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그가 늦게 퇴근하고 와서 새벽 내내 게임하는 소리가 들릴 때는 정말 싫죠. 어떨 때는 제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밤새워 게임할 때도 있어요. 지금은 이사하면서 각자 방이 따로 생겨서 괜찮지만, 원룸에 함께 살 때는 등 돌리고 자는데 키보드 불빛과 헤드셋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정말 힘들었어요.”
나라면 벌떡 일어나 소리 질렀을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 맞춰가는 일이기에 가능한 걸까. 이들은 깊은 대화를 통해 이제는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웃긴 이야긴데 그가 처음 제가 살고 있는 원룸에 들어올 때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져왔어요. 방에 두고 같이 게임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코딱지만 한 집에 커다란 모니터랑 기계를 두고 몰두한 모습을 보니까 게임에 밀린 기분이랄까요. 방에 저를 대신할 거대한 존재가 들어온 느낌. 내 집에 이 사람의 본처가 들어왔구나.” 관계를 방해받는 기분이 들어 눈물을 쏟아낸 그녀는 한 달 뒤 재미난 게임을 함께하며 극복했다고 말했다. “같이할 때는 너무 즐거워요. 처음엔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하는 마음에서 해봤는데 게임의 요소가 다양하더라고요. 세계관이나 스토리나 음악 등이 탄탄하면서 매력적이에요. e-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기도 해요.” 그가 응원하는 팀이 1위 팀을 상대로 어제 승리를 거뒀다고 말해주자, 그녀는 어쩐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였다며 즐거워했다.
Sports
“ 운동이 취미인 남자요? 최악입니다.”
김지혜(회사원, 27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내가 아는 김지혜는 운동을 열심히 해 사계절 내내 탄탄한 몸을 뽐냈다. 늘 그녀를 보며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터라 돌아온 반응에 조금 의아했다. “물론 운동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죠.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일들이 문제죠.” 김지혜와 그의 전 애인은 함께 체육대학교 입학을목표로 하며 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친구로 시작한 관계는 함께 입시의 고단함을 나누고 운동으로 땀 흘리며 깊어졌다. 김지혜는 노선을 틀어 체육과는 거리가 먼 학부에 진학했고, 그는 체육대학에 입학했다. “수영, 농구, 축구, 운동이면 다 좋아했어요. 헬스는 기본이고요. 헬스 트레이너로도 잠깐 일했어요. 여름 되면 라이프 가드로도 일하고요.”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일주일 내내 헬스장에 가는 일은 어떤 일이 생겨도 지켜야 했다. 데이트하기 전 수영 1시간, 별다른 일이 없다면 끝난 후 헬스 2시간은 고정 루틴이었다. 문제는 성실함에서 시작됐다. 그는 학부 생활에도 성실했는데 체육대학의 대외 활동이란 여름철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라이프 가드 일이었다. “라이프 가드를 하면 합숙을 해요.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 학생들이 모여 있으니 뭘 하겠어요. 매일 밤 술이나 마시는 거죠. 일하는 중에도 다른 이성이 번호를 물어보는 일이 잦았어요. 물론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생기니까 달갑지 않았죠. 수영 동아리도 참여했는데 다 같이 수영하는 것까진 좋은데 끝나면 꼭 회식을 하더라고요. 왜 그러는지 몰라.”
단체 활동에 남녀가 섞이면 문제가 생긴다는 건 유서 깊은 이야기다. 최근 코미디 쇼 <SNL 코리아>에서 풍자 중인 러닝 동호회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는 취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혼자 즐기면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요. 근데 운동에 진심이 되면 밟게 되는 수순이 있어요. 처음엔 보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식단에 제약이 생기고 조금 더 깊어지면 스테로이드에 관심을 두죠. 그 수준이 되면 경계해야 해요. 전 애인 이야긴 아니지만 약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주변인이 많거든요.” 운동은 잘못이 없지만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저랑 헤어진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회원이랑 관계가 발전한 것 같더라고요. 같이 땀 흘리면 정이 드나 봐요.” 김지혜와 현재 교제 중인 남자 역시 운동을 한다. 다른 점이라면 그녀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Motorcycle
“ 오토바이는 계절이 바뀔 때 같이 라이딩하는 낭만이 있거든요.”
인터뷰 말미에 애인의 취미로 가장 싫은 것을 물었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 것은 위험한 취미였다. 모든 이들이 기피하는 일 순위로 꼽은 모터사이클을 취미로 즐기는 남자와 교제 중인 김현서(디자이너,28세)에게 물었다. 그녀는 2년 넘게 애인과 교제 중이다. 타투이스트였던 남자친구에게 문신을 한 것이 관계의 시작이었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근데 저는 오토바이는 다 배달 오토바이 같은 건 줄 알았어요. 편견도 없었고 나쁜 인식도 없었어요. 아예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녀의 애인은 모터사이클에 진심이었다.
생일 선물을 고를 때면 늘 모터사이클 관련 용품을 원했고 여행 중에도 기기 변경을 위해 일정을 바꿔가며 타 지역에 방문할 정도였다. “물론 안전상의 문제는 걱정되죠. 하지만 운전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는 안전하게 운전하는 편이라 아직 사고가 생기진 않았어요.” 그럼 남들은 모르는 모터사이클의 장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우선 주차가 편해요. 자동차는 휴일이면 주차 자리를 찾는 게 전쟁인데 오토바이는 그런 게 없죠.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불편함 없이 데이트하러 다닐 수 있어요. 이게 큰 장점입니다.” 큰 갈등이 없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다며 멋쩍어했다. “장거리 주행은 싫은데 남자친구가 제가 하지 말라는 건 잘 안 하는 편이라서요.”
그럼 이상적인 취미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취미는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마친 후에 즐기면 다 괜찮지 않을까요? 집안일을 잘하는 취미 같은 게 있으면 좋긴 할 거예요.”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느낀 건 잘못된 취미란 없다는 거였다. 물론 다들 이상적인 취미로는 집을 가꾸거나 예술을 함께 향유하는 취미를 꼽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같았다.
* 기사에 등장한 모든 인물의 이름과 직업은 가상으로 바꿨습니다.
2024년 11월호
Editor : 유지원
<저작권자(c) (주)서울문화사, 출처: 아레나 옴므 플러스> (주)서울문화사 무단 전재·복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