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이재용 회장의 신속한 등기임원 복귀보다 전문 경영인 영입이나 이사회중심의 독립 경영이 더 필요하다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답했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 부활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
그러나 미전실이 과연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선진적인 지배구조인지 질문을 던졌을 땐 일부 우려도 나왔다.
책임경영 위해 전문 경영인 필요
딜사이트경제TV가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책임경영 부재'는 '기술인력의 소외와 기술혁신 부재'에 이어 삼성전자 조직 내부의 가장 큰 문제 중 2위로 지적됐다.
책임경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복수 선택 가능)에 대해서는 총 47건의 답변 중 ▲검증된 전문 경영인 영입(20건)이 가장 많은 응답수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이사회 중심의 독립된 경영(15건)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12건) 순이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기대하는 의견은 예상보다 비중이 높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등기이사다. 지난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내려온 지금까지 미등기 이사로 남아 있다. 때문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를 포함해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다며 등기이사로 서둘러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등기이사가 되는 것'과 '책임경영' 사이의 상관관계에 크게 주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검증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이사회 중심의 독립된 경영을 통해 '탈오너경영'을 펼치는 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의 자본시장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여부와 삼성전자의 경영 개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듯 보인다"며 "오히려 경영능력이나 기술 전문성이 떨어지는 오너 경영인의 개입은 기업의 실적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전략실 '부활해야' 57.1%
탈오너 경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았지만 이 회장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 중 삼성전자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필요 ▲오너가 나서 진두지휘 ▲오너의 명확한 비전 제시 ▲오너의 결단력 등 이 회장과 관련된 다양한 기대를 주관식으로 답변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는 탈오너 경영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전실 부활에 대한 질문에선 '위기 극복을 위해 부활해야 한다'에 찬성하는 비율이 57.1%로 가장 높았다. '부활하면 안된다'는 20%, '현재의 컨트롤타워(사업지원TF)유지'는 22.9% 였다.
미전실은 지난 2010년11월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그룹내 핵심 브레인들로 구성해 만든 참모 조직이다. 그간 삼성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추진 등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의사 결정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17년 말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된 미전실이 이제 와서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현재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부서가 가진 한계점 탓인 것으로 보인다. 사업지원TF는 이 회장이 부당합병과 불법승계로 오랜 기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지난 7년간 사실상 삼성전자의 실세조직으로 운영됐다.
다만 'TF(태스크포스)'라는 임시 조직 성격으로 인해 장기적 안목에서 삼성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보다는 조직의 안정성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전실 부활이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난관을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유다.
미전실, 선진적인지 고민해 봐야
다만 과거의 미전실이 과연 삼성전자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지배구조로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는냐는 질문은 남는다.
미전실이 선진적인 지배구조라는 사고방식 자체가 낡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이 회장의 불법승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전실이 삼성그룹의 수뇌부로 재탄생하려면 우선 사법리스크 의혹을 깨끗이 씻어낼 필요가 있다.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색깔이 짙은 조직을 '뉴삼성'을 꿈꿔왔던 이 회장이 탐탁스럽게 여길지도 의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전략실과 같은 편법적 컨트롤타워의 재등장으로 인한 삼성그룹의 후진적 지배 구조 부각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외면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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