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한은 8일까지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대신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하면 양측은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게 된다.
쟁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유입돼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했느냐다. SK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2심 재판부는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가 성장에 일조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노 관장이 증거로 내놓은 모친 김옥숙 여사의 '선경(현 SK) 300억'이라는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을 비자금이 유입된 근거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설사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실제로 SK에 유입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시 그룹의 매출이나 투자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1991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 26개 계열사의 합산 매출은 10조원을 초과했다. 300억원은 당시 그룹 전체 매출의 0.3%에 불과했다. 어음발행 시점인 1992년 선경그룹 자산은 8조6000억원으로 300억원은 그룹 자산의 0.35% 수준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8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원이 연말에 예상치 못한 300만원의 보너스를 받는다고 해서 30년 뒤 미래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자금의 실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2심 재판부가 노 관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성장 기여분 등을 과도하게 확대해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300억원은 당시 SK의 투자금액에도 2%에도 못미친다. 1991년 6월 SK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해 9개의 신규 화학공장을 울산CLX에 준공했다. 투자금은 선경기계, 선경금속, 선경머린 등 16개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산해 조달했다. 1990년대 재계 5위 그룹이던 선경이 300억원의 비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조달이 어렵거나 크게 의미있는 자금 규모가 아니라는 의미다.
1991년 12월 300억원은 올해 5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화폐 가치로 변환했을 때 796억원 수준으로 SK그룹 연간 기부금인 937억원에도 못미친다.
300억원이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성장이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당시 한보그룹, 삼미그룹, 대농그룹 등이 각 사업에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자했으나 모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노 관장은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돼 태평양증권 인수에 사용,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태평양증권은 SK 인수 후 9000억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다가 2018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며 "오늘날 SK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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