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석유화학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반도체와 함께 '수출 호황'을 주도했던 석유화학 산업은 이제 중국발(發) 공급과잉 등에 밀려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불황은 석유화학 산업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결국 생존을 위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대규모 인력을 감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 일부 석유화학 기업은 역대급 경영난에 1년에 한번 납부하는 한국화학산업협회 협회비도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5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한국화학산업협회(전 한국석유화학협회)와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일부 석유화학 기업이 협회비 납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극심한 석유화학업계 불황 속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하는 협회비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1974년 설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국화학산업협회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리더그룹을 포함해 총 32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석유화학업계 업황을 반영해 협회명을 기존 한국석유화학협회에서 한국화학산업협회로 바꾸었다.
화학산업협회는 회원사들이 내는 협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협회비는 기본회비 40%(균등 적용)와 부가회비 60%(석화제품 매출액 비율) 방식으로 산출해 기업에 부과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직전 연도 매출을 기준으로 회비를 분기별로 납부하고 있다.
협회와 기업 간 갈등을 키운 건 매출액 비율로 산정되는 ‘부가회비’다. 석유화학업계 업황은 매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전 연도 매출액 비율로 회비를 책정하는 방식이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한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은 협회비 납부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협회비 납부 방식 변경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업체로는 롯데케미칼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매출 규모로는 업계 1위지만 실적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발 공세 여파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만 1조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출액 비율로 산정되는 협회비가 롯데케미칼으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다른 회원사들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는 협회비가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해 일부 기업은 협회비를 미납하거나 협회 탈퇴까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협회가 회비를 매출액 비율로 산정하는 것에 대해 회원사들은 오래전부터 불만을 가져왔다"며 "특히 올해는 석유화학 기업이 역대급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협회비 납부 방식도 업계 흐름에 발맞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협회비 책정 방식 변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회는 협회비 책정 방식 변경이 회원사와의 갈등으로 인한 부분은 아니라고 적극 부인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협회 명칭이 변경되며, 화학산업 기업들이 새롭게 회원사로 추가될 예정이라 협회비 납부 방식 변경을 고려 중인 것이지 협회비 갈등으로 인한 움직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회비 방식은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며 "추후 협회 기획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내년쯤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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