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의 유권자는 약 2억4000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결정할 힘을 지닌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당선될 가능성이 공존하는 이른바 ‘경합’주로 꼽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특히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주야말로 백악관으로 향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두 후보 모두 이 주의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선거활동을 벌이고 있다.
애리조나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그랜드 캐니언 주’라고도 불리는 애리조나주의 지지 덕에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근소한 차이긴 했으나, 애리조나에서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더 많았던 것이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수백 마일에 걸쳐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최근 몇 달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시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논란거리인 미국의 이민자 이슈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해리스 현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해당 국경 위기를 해소하라는 임무를 맡은 바 있다. 이에 트럼프는 이민자 문제에 관한 해리스의 성과를 거듭 공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 역사 상“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아울러 주 의회의 공화당원들이 160년 전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부활시키려고 시도하면서(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애리조나주는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헌법적으로 여성의 임신 중지권에 대한 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기존 판례를 뒤집으면서 해당 사안을 놓고 미국 내 여론은 더욱 의견이 양극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조지아
사실 여기서 나열한 경합 주 7곳은 트럼프의 지지를 업은 공화당원들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당시 후보의 승리를 저지하려 했던 지역 목록과 거의 일치한다.
트럼프에게 적용된 4건의 형사 기소(트럼프는 이중 1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중 하나가 이뤄진 곳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이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를 포함해 총 19명은 근소한 차이로 바이든에게 패한 조지아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고자 음모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해당 사건의 심리는 이번 대선 전에는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조지아주의 경우 인구의 3분의 1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흑인들이 사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구 구성은 2020년 바이든이 이 주를 탈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흑인 유권자 일부가 바이든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해리스 측은 다시 이들의 지지를 되찾아올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미시간
‘오대호 주’라고도 불리는 미시간주는 지난 2차례의 대선에서 당선자를 결정지은 곳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곳이지만,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해주면서 이에 대한 전국적인 반발의 상징이 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미시간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예비선거)에서는 무려 10만 명 이상이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을 선택했다. 이는 현 행정부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이 벌인 사회 운동의 일환이다.
특히나 미시간주에는 미국에서 아랍계 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이며, 이들의 바이든에 대한 지지는 현재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 측은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하게 발언하고 있으며, 일부 가자 시위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자신들의 대의에 더 동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또한 이 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중동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가자 지구 내 하마스를 향한 작업을 끝내긴 하되, “빨리 끝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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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실버(은) 주’라고도 불리는 네바다주는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으나, 공화당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초기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가볍게 앞섰지만, 최근 여론조사 기관 538이 발표한 평균에 따르면 해리스로 후보가 교체된 후 트럼프의 우세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청년층을 포함해 더 다양한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해리스 후보가 나서며 이 격차를 더 줄이길 바랐다.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 모두 네바다주의 상당한 라틴계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가 강하게 성장세를 보이며 일자리가 창출됐으나, 네바다주는 유독 다른 주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느린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네바다주의 실업률은 5.1%로, 캘리포니아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워싱턴 D.C.)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높다.
트럼프는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며 재집권 시 산업 전반에 걸쳐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노스캐롤라이나
‘타르 힐 주’라고도 불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뒤 여론 조사상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반 반’의 상황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지난 7월 암살 시도 이후 이곳을 첫 야외 집회 장소로 선택한 이유도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다.
당시 트럼프는 시민들을 향해 “이 주는 승리하는 데 있어 매우 매우 큰 주”라고 소리쳤다.
한편 민주당에서도 전당대회 마지막 날 밤 무대에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등장시켰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조지아주와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또 다른 ‘선 벨트’ 주인 애리조나와도 일부 주요 선거 관심사가 겹친다.
지난 2020년 대선의 경우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7만여 표 차이에 불과했다. 이는 민주당이 이 ‘보라색’(붉은색일 수도, 푸른색일 수도 있다는 의미) 주에서 이번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이유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
‘키스톤(핵심) 주’라고도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야말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라고 뽑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의 선거 캠페인은 유독 이곳 펜실베이니아에 집중되고 있다. 두 후보와 이들의 러닝메이트들은 지난 7월 중순 이후 무려 50차례 이상 이곳을 찾았다.
바이든의 승리로 끝난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는 그 중추적인 역할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미시간, 위스콘신과 함께 해리스 측이 집중적으로 선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트럼프의 경우 목숨을 노린 첫 번째 암살 시도가 일어난 곳이 바로 펜실베이니아이다. 트럼프 역시 이곳에 선거 운동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그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가 유권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편 이곳에서도 경제는 단연 최우선 이슈이다.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래 미국 전역에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치솟다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에 펜실베이니아 주민들도 다른 미국인들처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정보 제공업체 ‘데이터어셈블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의 식료품 가격은 다른 어떤 주보다도 더 빠르게 상승했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경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률은 미 전역의 해리스 지지율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최근 공식적으로 연간 2.8%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트럼프는 계속 해리스를 바이든 경제와 묶어 공격하고자 한다.
위스콘신
‘오소리 주’라고도 불리는 위스콘신주는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모두 각각 2만 표가 조금 넘는 차이로 당선자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위스콘신주와 같은 주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정책에 모두 반대하는 제3당 후보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 말한다.
실제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상당한 지지가 해리스나 트럼프의 득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디는 지난 8월 말,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민주당은 위스콘신주에서 녹색당이 주 선거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진보 성향의 신학자 코넬 웨스트의 이름도 투표용지에서 빼달라는 불만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는 위스콘신주에 대해 “정말 중요하다 … 우리가 위스콘신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올여름 공화당 전당대회도 이곳 밀워키에서 열렸다.
해리스 또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로 지명됐을 당시 밀워키에서 선거 유세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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