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적발된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은 19건, 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5건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은 115건이고, 이 중 국가핵심기술은 37건으로 32.2%를 차지한다.
유출된 기술 중에는 반도체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디스플레이 23건, 이차전지 7건, 자동차 10건, 조선 7건, 기계 7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18명을 구속기소, 2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약식명령과 기소유예까지 합치면 검찰이 처분한 피의자는 총 56명에 달한다. 검찰이 기술 유출 사범을 재판에 넘긴 건수도 △2019년 10건 △2020년 13건 △2021·2022년 각 14건 △2023년 19건으로 계속 증가했고 올해는 15건을 기록했다.
양형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1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위는 별도 양형 기준이 없었던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을 신설해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기존엔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머물렀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상향했다.
하지만 양형기준이 올라갔음에도 법원은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수원지법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관련 기술을 유출한 전직 연구원에게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소연료전지 제조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현대자동차 연구원도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과 3억원의 추징 명령이 내려졌다.
기존보다 형량이 올라가긴 했지만 아직 양형위원회 권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정부와 재계, 법조계 등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와 처벌 기준 상향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최근 정치권도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 강화에 나섰다. 특히 국회에서는 산업스파이를 간첩죄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간첩법 개정안은 무려 20개에 달한다. 현행 간첩죄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있으며 적국은 '북한'이다.
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안은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외국인으로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외국에 대한 핵심 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업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국회 입법과 더불어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예방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또한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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