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연구소 짓고 의회 로비 포문…유럽 친환경 시장에 진심인 LG화학

공장·연구소 짓고 의회 로비 포문…유럽 친환경 시장에 진심인 LG화학

르데스크 2024-11-05 16:26:29 신고

3줄요약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강자인 LG화학이 유럽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유럽의회를 향한 로비 등 전방위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 시장을 공략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은 49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1% 감소했다. 매출액 또한 12조6704억원으로 6.1% 줄었다. 배터리 사업과 직결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4분기 예상 손익은 -1023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차전지 업황 회복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EU의회 대상 로비 시동…LG화학 신사업-유럽 친환경 정책 '찰떡 궁합'

 

LG화학아 올해 처음으로 EU의회를 대상으로 로비활동에 나섰다. EU의회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5월 EU 로비 등록부에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이 투입한 로비자금은 약 50만유로(한화 약 7억5000만원)다. 유럽에서의 첫 대관업무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평가된다. 국내와 달리 유럽연합은 로비를 합법적인 비즈니스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 LG화학을 올해 처음 유럽 의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를 시작했다. 사진은 EU의회 전경. [사진=뉴시스]

 

LG화학이 유럽 로비에로 나서게 된 데는 전 세계에서 친환경 규제와 정책이 가장 선진화돼 있는 지역이라는 부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EU에선 올해부터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감축이 의무화됐으며 2030년부터는 과일 등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도 전면 금지된다. 배터리법 시행에 따라 폐배터리 수거 규모는 2025년 약 4GWh에서 2040년에는 약 200GWh로 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유럽 시장을 통해 양극재 등 친환경 사업의 부흥을 꿰하겠다는 복안이다. EU에 따르면 LG화학 로비의 주된 목적은 주된 목적은 친환경 사업이다. 관심 분야는 △녹색정책 △순환경제 △에너지 △기후 △혁신 연구 △환경정책 등이다. LG화학 역시 로비 등록부 소개란에 "LG화학은 e-모빌리티(전기차)와 지속 가능성 추세에 중요한 충전식 배터리, IT산업, 자동차산업을 위한 최고 품질의 소재를 신속하게 개발한다"고 기업을 소개했다.

 

LG화학의 유럽의회 로비는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규모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역량을 갖추진 못한 상태다. 다만 질적인 부분에는 상당한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로비스트 1명과 계약한 상태인데 전문성이나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LG화학이 선택한 인물은 린케 브리쉘(Rinke Brussel)다.


 

▲ 2차전지 필수소재인 양극재와 친환경 부문은 LG화학이 점찍어 놓은 미래 먹거리다. 사진은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점검하는 구광모 LG 대표. [사진=LG]

 

그는 EP인증을 받은 일류급 로비스트로 LG화학과 계약하기 전에는 '리뉴 유럽(Renew Europe)'이라는 EU의회 정치 그룹에서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10년 가량 유럽연합 의회 소속 정치 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EP인증 로비스트는 일반 로비스트들과 달리 유럽 의회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인물들로 의회 출입이 가능하다. 해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럽 의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집행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트럼프 리스크도 있고 캐즘 현상도 생각보다 장기화되는 등 시장은 크지만 그만큼 변수 발생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며 "반면 유럽의 경우 친환경 정책이 확정돼 있어 시장의 변동성이 최소화돼 있기 때문에 최근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세계 각 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생산·연구시설 유럽 비중 늘리는 LG화학…남다른 자신감에 기대감도 쑥쑥

 

LG화학의 유럽 시장 공략은 비단 로비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유럽의회 로비 개시 약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유럽에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유력 후보지는 헝가리와 폴란드다. 공장 건립 발표와 함께 2027년 양극재 연산 목표도 34만톤에서 47만톤으로 수정했다. 양극재는 2차전지 필수 소재로 LG화학의 첨단소재부문 매출 중 무려 60∼70%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 유럽은 LG화학이 공들이는 미래 사업에 적합한 지역이다. LG화학도 유럽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사진은 유럽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식에 참가한 강동균(왼쪽부터) 바이오소재기술2TFT 수석연구위원, 이종구 CTO 부사장, 이호경 기술기획그룹장 상무, 이충희 유럽BS담당. [사진=LG화학]  

 

유럽 현지에 친환경 기술 연구를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에도 나섰다. LG화학은 얼마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이노베이션 센터(Europe Innovation Center)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 거점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 규제 및 정책 흐름에 발맞춰 이곳 센터를 차세대 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전지 및 플라스틱 재활용 등 고성장 친환경 기술 연구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LG화학은 유럽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친환경 기술 연구 역량 강화와 동시에 프라운호퍼 연구소, 율리히 연구소,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 등 유럽 내 유명 연구소 및 대학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LG화학이 보유한 우수한 공정 기술 기반의 원가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유럽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를 분배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축소하는 등 배터리 업체 불확실성이 늘어날 것이다"며 "유럽은 친환경 사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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