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주류업계가 다방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술’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뷰티 시장 문 두드리는 주류업계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주요 주류회사는 뷰티와 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하이트진로그룹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준비 중이다. 앞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하고 있던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그룹이 인수한 비앤비코리아는 지난 2011년 설립된 화장품 ODM 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4.3% 늘어난 442억원,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52.2% 증가한 70억원으로, 탄탄한 실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또 화장품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인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도 250억원을 들여 확보했다.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150억원을 들여 지분 57.12%를 취득한 데 이어 다른 계열사인 진로소주가 100억원을 들여 지분 38.1%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분 보유율은 95.2%가 됐다.
서영이앤티 등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실적은 그간 안정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서영이앤티는 지난해 전년대비 6.4% 하락한 1022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도 74억원에서 순손실 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영업이익이 35% 감소한 123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렇듯 경쟁이 심화된 주류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를 느낀 하이트진로가 새 먹거리를 위해 나섰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사 100주년으로, 올해를 기점 삼아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L&B도 최근 ‘와인앤모어 뷰티(W&M Beauty)’ 상표를 출원함으로써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적자 사업이었던 소주 사업을 접고, 와인을 원료로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 L&B는 와인 전문 주류 매장인 ‘와인앤모어’에서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 L&B는 와인 성분의 항산화 효과 등 특성을 뷰티 제품에 접목해 자사 와인 브랜드와 연계된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와인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에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신세계 그룹 유통망과 결합돼 와인과 뷰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 L&B 역시 지난해 매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2.5% 감소한 190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3.8%나 줄어들어 7억원대에 머물렀다. 신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때다.
◇주류만으론 성장 한계···실적 반등 노린다
이외에도 오비맥주는 리하베스트와 협업해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하베스트는 식품 제조과정 중 발생한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환경친화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오비맥주는 리하베스트와 함께 리너지 맥아분을 개발, 에너지바와 크래커 등 고단백 및 고식이섬유 식품 등을 출시했다. 최근엔 맥아분 골프티로 스포츠용품까지 보폭을 넓혔다.
제주맥주는 냉동김밥 제조업체 올곧의 모회사인 에이지에프의 지분 17.39%를 인수했다. 올곧은 특히 북미에서 급성장 중인 냉동김밥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업체로, 제주맥주는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소비자층과 해외 주류 소비자들에게도 제주맥주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가 이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주류 소비 정체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주류회사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주요 이유는 시장 내 경쟁 심화와 주류 소비 감소 경향 때문으로, 젊은 층의 주류 소비가 줄어들고 건강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주류 시장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며 뷰티와 식품 산업과 같은 트렌디한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움직임은 회사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주류업계의 비주류 사업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주목되며, 성숙기에 접어든 주류 시장에서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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