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재권·송미경·김슬기 부장판사)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고 삼성전자 자회사의 장비 도면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협력사 부사장 A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5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 5단독(김희영 부장판사)도 반도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대구 지역 반도체 회사 대표 A씨에게 징역 2개 6월을, 상무 B씨에게 징역 2년을, 연구소장을 지낸 C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9월엔 서울중앙지검이 삼성전자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인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대표와 개발실장을 구속기소했고, 삼성전자 전직 임원과 수석 연구원은 중국 지방정부에서 4000억원에 이르는 거액까지 투자받아 중국에 회사도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가 4조여 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사용했다. 이들은 20나노 D램을 개발해 D램 시범 웨이퍼 생산까지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충격을 줬다. 사법당국은 이들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도 근무하던 직원이 고연봉을 받고 중국 화웨이로 이직한 후 반도체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가 역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년 이 같은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 벌어지고 검찰이 기소도 하고 있지만 정작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일이 많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법원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로 유죄를 선고한 6건의 평균 형량은 10.67월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적발된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직위에 있지 않았다거나 가져간 기술이 그렇게 쓰일지 몰랐다는 등 변명을 하고 있는데 판사들에게 그런 점이 먹힌 게 아닌가 싶다"며 "그리고 형사사건은 증거 확보가 중요한데 (기술 유출이)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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