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근로자의 정년이 연장될 경우 연공·호봉급제 등의 이유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인사노무 분야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최근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행안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최대 65세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뒤 정년연장 논의가 공무원 및 사기업까지 확장된 데 따른 조사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7.8%는 정년이 연장될 경우 연공·호봉급제 등의 이유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년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32.2%)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공·호봉급제는 개인의 근속연수, 연령 등에 따라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급여 체계다.
정년연장이 경영에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의 순으로 답했다.
실제 기업 10곳 중 6곳(60.3%)은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인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한경협은 “연공·호봉급 체계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과거 60세 정년 시행 당시 기업 비용 부담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300인 이상 기업 중 절반도 안 되는 수준(48.2%)에 불과하다”며 “섣부른 정년연장 도입 시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란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줄이는 제도다. 65세 정년연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활성화로 기업 비용 부담을 축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속고용제도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정년연장을 폐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만약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떠한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의 71.9%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어서 ▲정년연장(24.8%) ▲정년폐지(3.3%)가 뒤따랐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재고용으로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에 한해 계속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의 순으로 답했다.
실제로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례가 있었다. 계속고용 방식으로는 ▲우수인력 재고용(52.2%)이 가장 많았고 이어 ▲희망자 재고용(29.8%) ▲퇴직자 전원 재고용(9%) 순으로 나타났다.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 사례가 있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숙련된 고령 인력의 전문성·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4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인력이 부족한 직군에 활용하기 위해(26.6%) ▲신규채용이 원활하지 않아서(12.8%) 등의 순으로 많았다.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노무관리상 어려움으로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선정했다.
고령자 계속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사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지원 확대(28.1%)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세제혜택(24%)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22.3%)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21.5%) 등이 조사됐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면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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